박형규 빈소를 지킨 손학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8-21 15:01:12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19일 ‘손학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손사모)’ 사무실 개소식이 북한산 입구에 있는 중앙회 사무실에서 전국 각 지역 본부장과 지회장 등 간부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전라남도와 부산, 울산 등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3선 국회의원으로 손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는 주인공 격인 손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 시각에 그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바로 고(故)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박 목사의 빈소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소위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다녀갔다.

    하지만 그 빈소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정치인은 손 전 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어제 밤에는 12시가 다 돼서야 몸을 씻기 위해 잠시 숙소로 돌아 왔다고 한다. 물론 오늘 새벽에는 다시 빈소를 지키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통상 정치인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한번 조문을 다녀가는 것으로 자신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달랐다. 정말 미련하다고 생각될 만큼 그 빈소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에도 그는 기꺼이 상주를 자처하며 마지막까지 빈소를 지킨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06년 이른바 ‘100일 민심대장정’이라는 것을 했다.

    당시 그 어느 정치인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처음 그가 민심 대장정을 시작할 때 각 언론은 '쇼'를 한다며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그건 ‘쇼’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100일짜리 '체험, 삶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든 일을 그는 100일 동안 밑바닥 인생을 철저하게 경험했다.

    처음엔 그가 일하러 오면 일꾼들이 일부러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손 전 대표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 일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설렁설렁’ 하는 척만 하다가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냥 적당히 ‘쇼’만 하고 돌아갈 것이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던 것이다. 당연히 그의 진정성에 감복하고,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손사모의 탄생은 그런 유권자들의 모임일지도 모른다.

    그의 민심대장정이 단지 대권도전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의 편에 서서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깊은 속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듯,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지킨 것 역시 진정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필자는 그가 탄광 막장에서 시커먼 얼굴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발견했던 그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필자는 “쇼라도 좋으니 다른 정치인들도 저렇게 한 번 해보라. 그리고 민초를 이야기 하라”며 “손학규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면 우리는 유권자의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바 있다.

    이제 그가 다시 정계에 복귀할 것이란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날 손사모 회원들은 “시대가 손학규를 부른다”는 현수막을 내어걸고, 손 전 대표에게 하루 속히 강진의 백련사 토굴에서 내려와 국민에게 약속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정계복귀 해 달라고 읍소했다.

    바로 그 시각, 그는 미련하게(?)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묵묵히 지키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런 진정성이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그런 진정성에 감복한 국민이 “손학규”를 부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모쪼록 이제 좌우가 대립하는 증오의 시대, 동서가 갈등하는 분열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생을 우선하는 국민통합 시대, 나아가 ‘통일 대통령 손학규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