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제3지대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8-24 14: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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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어느 정치부 기자가 ‘손학규 전 민주통합 당대표가 정계복귀 할까요?’하고 물었다.

    “지금 국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좌우가 갈렸고, 동서가 반목하고 있다. 남북 관계는 시한폭탄처럼 위태하다.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증오와 분열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통합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손 전 대표는 요즘 정치인으로선 보기 드물게 강한 책임감을 지닌 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오실 것이다. 또 나와야 한다.”

    그러자 그 기자는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어느 당을 선택 할까요?’하고 다시 물었다.

    “야당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모르되 분열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어느 한 쪽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정당 밖에서 정당보다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지 않겠느냐. 그게 소위 ‘제3지대론’이라는 것이다.”

    그 기자는 ‘제3지대론’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고, 필자는 “손학규가 중도대통합의 바다가 되는 것이고, 용광로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변했다.

    “바다는 물을 가려 받지 않는다. 바다는 자정 능력이 있어서 맑은 물이든 탁한 물이든 그곳으로 흘러 들어가면 모두가 깨끗한 바닷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손학규의 ‘제3지대론’ 아니겠느냐. 한마디로 손학규의 제3지대론은 용광로와 같은 것이다. 그냥 하찮은 돌무더기들일지라도 제련의 과정을 거치면 귀한 강철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대답을 하기는 했으나 솔직히 손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새누리당의 친박 주류 지도부에 이어서 곧 선출될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마저 주류인 친문재인계가 장악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손 전 대표가 최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야권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문재인, 안철수에 이어 3위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제3지대’에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전남 강진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강력한 대선 주자 가운데 한사람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쳤다는 것만으로도 ‘제3지대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친박'과 '친문' 등 여야 정당의 주류가 아닌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은 압도적인 대권주자가 없는 현 상황에서 국민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야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의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버림을 받았고, 2위인 안철수 전 대표는 불행하게도 호남에서만 선택을 받았다. 둘 다 야권의 대선주자로선 심각한 결격사유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언론이 제3지대론을 설파하는 손학규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최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나 정치 무대 복귀를 강력히 권유한 것은 손 전 대표에게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끌어안는 ‘바다’가 되고, ‘용광로’가 되어 달라는 주문일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손 전 대표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도 ‘제3지대론’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안철수 전 대표는 “양극단은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며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인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제3의 길'을 강조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바로 ‘제3의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국민의당은 ‘제3세력’의 일부분일 뿐, 그게 전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더불어민주당의 비문 세력과 새누리당의 비박 세력, 거기에 국민의당까지 모두 ‘중도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국민통합의 길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제3지대 정당이 제대로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양당체제 하에서의 일이고, 지금은 이미 3당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중도계층을 잡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시나리오가 등장할 것이고 그 중심에 ‘손학규의 제3지대’가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자가 끝으로 이렇게 물었다.

    ‘손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자질을 갖춘 훌륭한 분이시나 조직도 없는데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말하는 자네가 찍으면 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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