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누리당에서 친박 이정현 체제가 탄생한데 이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친문계가 당 지도부를 독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른바 ‘제3지대론’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친박패권주의 세력과 더민주의 친문패권주의 제외한 여야의 모든 비주류 세력들이 제3지대에서 헤쳐 모이자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주장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비해 아직까지는 크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이전에 우선 ‘제3지대론’은 누가 주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다.
그는 여야가 전당대회를 열기 이전에 친박과 친문패권주의로 인해 국민의 갈등이 극에 달해있음을 목도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의 중심인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29일 한 방송에 출연, 손 전 대표가 ‘제 3지대로 정계개편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저도 그런 부분을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지금 당 지도부가 특정한 계파중심으로 구성이 됐다는 거 아니냐. 그러한 구성이 돼서 문재인 대세론으로 잡아가면 제 3지대론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있다”며 “그(제3지대) 중심에 있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 손학규 전 대표”라고 말했다.
더민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도 제3 지대론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회동 요청을 고사한 반면, 그 무렵인 13일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2시간여 동안 단독 만찬 회동을 했다. 이른바 ‘제3지대’를 위한 ‘김종인-손학규 연대론’이 풍겨져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 역시 ‘제3지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전남 강진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단독 회동을 하면서 국민의당 입당을 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날 손 전 고문에게 “친박당인 새누리당, 친문당인 더민주가 아닌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으로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강한 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해 손 전 대표는 답변 없이 미소만 지었을 뿐이다.
이날 회동 이후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제3 지대가 국민의당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손 전 고문에게도 이 같은 얘기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제3지대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주도하는 이재오 전 의원 등이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가세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결국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김종인 전 대표, 국민의당,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이 모두 ‘제3지대’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목소리가 이처럼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따라서 대국민 설득 명분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아직까지 온갖 설만 난무하고,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새판자기’라는 용어로 제3지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손학규 전 대표는 아직도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김종인 전 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남과 동시에 사실상 날개가 꺾인 상태다. 그가 ‘킹메이커’ 노릇을 하겠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가 누구와 연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비록 ‘제3지대’를 만드는 공을 세우기는 했으나 ‘호남자민련’이란 한계로 인해 독자적으로 대통령을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권의 정의화, 이재오 등은 너무 초라해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지 이미 오래다.
이런 상태로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제3지대를 주창하는 모든 세력들이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그 적임자가 바로 손학규 전 대표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 전 대표가 굳은 결심을 하고 강진에서 내려 올 수 있도록 여야 비주류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