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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손학규’와 ‘제3지대론’이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2일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로 저를 던지겠다"며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내년 대권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한 탓이다.
실제 손학규 전 고문은 이날 오후 광주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에 참석해 "광주시민, 전남도민과 함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의 정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를 쓴 개혁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손 전 대표는 다산의 애민정신, 김덕령 장군의 의병정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을 거론하며 강력한 '출정'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사실 손 전 대표는 2014년 7·30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튿날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강진 백련사 뒷산 중턱의 토담집에 2년여 간 칩거해왔다. 지난 4.13 총선 당시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선거지원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으로 분열된 야당을 간접적으로 꾸짖기도 했다. 즉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왔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단지 ‘저를 던지겠다’는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정치권과 언론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손 전 대표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그 다음날 한 행사장에 참석, 인사말에서 “제가 사진기자들이 보도해준 사진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 아닐까 싶다”며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도, 정작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전날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하자 “오늘은 인사를 드리러 온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환하게 웃던 그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졌다는 게 현장 기자들의 전언이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3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지만, 손학규 영입설에 대해선 "혁신 기술이 펼쳐진 곳에서 국내 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유력 대권주자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손 전 대표의 등장이 그들에겐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외면한다고 해서 손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마저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당장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3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3척 배로 왜선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 재현행사를 나란히 앉아 지켜보는 모습이 각 언론을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그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손 전 대표에게 "좋은 결정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이 말한 ‘좋은 결정’이란 ‘국민의당 입당’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어제 손 전 대표 발언을 언론보도로 접했다"며 "야권에서 경륜을 갖춘 손 전 대표가 정치 일선에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미 ‘새판짜기’를 언급한 바 있다.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기존의 정당에 들어가려는 생각이었다면 ‘새판짜기’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 전 대표의 생각은 무엇일까?
아마도 기존 정당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형태로 정치판을 짜야 한다는 게 손 전 대표의 생각일 것이다. 사실 그것이 ‘제3지대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출현했음에도 다시금 제3지대가 언급되는 이유는 그 당이 '제3지대의 이상향'이 되고 있지 못한 탓이다. 실제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비록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는 했으나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뛰어 넘어 전국 정당이 되려면, ‘호남’이라는 전통야당 지지층과 ‘중도’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모든 정치인들 사이에서 가장 외연 확장성이 뛰어난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의 중심이 되어 당 밖에서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나중에 국민의당이 합류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다시 말하지만 더민주의 ‘야권통합’ 논리를 격파하고, ‘민생통합’, ‘중도대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는 필요하고, 그 중심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손 전 대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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