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 국민모임도 필요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9-08 15: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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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제정된 지 30여년 넘은 1987년 헌법 체제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로 인한 갈등과 대립 정치의 일상화, 국민의 정치 불신 등 여러 폐해를 노정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된 것은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국민의 열망을 반영해 모임을 결성했으며, 국회 개헌특위 구성 문제를 논의하면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겠다"고 강력한 개헌의지를 드러냈다.

    모임에는 여야 의원 185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거기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앞서 19대 국회 개헌 추진 의원모임 150여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그 수가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정당별로 새누리당 65명, 더민주 84명, 국민의당 33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이 참여했다.

    중량감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새누리당에선 원유철 김재경 이군현 정우택 주호영 황영철 의원, 더민주에선 이석현 원혜영 김진표 안민석 진영 노웅래 이춘석 박완주 김두관 의원,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대위 대표와 박주선 주승용 장병완 황주홍 의원 등 소위 ‘내로라’하는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사실 정치권에서 활발한 개헌 논의가 있을 것이란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최근 국회 대표연설에서 개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블랙홀’이라는 논리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소위 ‘박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가 직접 본회의 석상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개헌은 정치문제가 아니라 국가문제”라며 “나라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더 이상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들이나 특정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추진 방법과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정치헌법·거래헌법·한시헌법은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사실상 개헌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어쩌면 여권에서 그동안 금기어였던 개헌이 이제 금기어에서 해제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도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이정현 대표의 개헌 발언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개헌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박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교감 끝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여권발 개헌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앞서 청와대는 2014년 10월 김무성 전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이른바 ‘개헌 봇물’ 발언을 했을 때 즉각 불쾌감을 표현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한 입장변화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정치권에서 활발한 개헌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개헌의 주체는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개헌주체가 되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의 방향이 좌(左)로 혹은 우(右)로 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침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최근 ‘개헌’과 ‘새판짜기’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하게 되더라도 ‘새판짜기’를 모색할 것 같다. 즉 기존의 정당을 선택하는 대신 당 밖에서 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각종 시민사회단체 등과 힘을 합치는 형태의 국민결사체를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결사체의 주요 아젠다로 ‘개헌’을 선정하고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개헌의 주체가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를 위한 국민모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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