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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대표적 책사로 불리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그리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광화문에서 조찬 회동을 했다.
식사 자리 주제는 '개헌'과 '정계 개편'이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조찬에 앞서 "(대선 관련해서) 지금 이때쯤이면 확실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가상적인 인물들만 자꾸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대권 주자 등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친박과 친문이란 양극단을 제외한 여야 비주류가 모이는 중간지대의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제3지대라는 말 대신 비패권지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자꾸 3지대라고 하니까 헷갈려서 안된다"며 '제3지대' 대신에 '비패권지대'라는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친박과 친문을 패권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에 윤여준 전 장관도 동의했고,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을 기반으로 세력을 모으는 정의화 전 의장도 힘을 보탰다.
정 의화 전 의장은 “나는 지금 양극단을 비정상으로 보는 사람”이라며 “비패권지대 혹은 정상지대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박과 친문, 양극단을 제외하고 뭉치자는 이른바 중간지대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세 사람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비패권지대'에 '원오브뎀'(여러명 중 하나)으로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와 정의화 전 의장이 앞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보아 손 전 대표 역시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간지대’의 성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개헌’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 중간지대론은 상당히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인 세 사람 역시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더구나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도 185명의 의원이 참여한 '매머드급' 개헌 모임이 첫 회의를 열었고, 같은 날 오후에는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 창립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 전 의장과 함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더민주 김부겸 의원 등 여야의 비박, 비문 잠룡들도 대거 참석했다.
더구나 그동안 개헌을 강력 반대했던 여권 주류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합리적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개헌이 정계 개편의 핵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정현 대표의 개헌론은 야당에서 추진하는 개헌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친박의 구상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제3지대론'이 아닌 새누리당 중심의 정계 개편으로 영남권 중심의 여당에 보수·중도적 호남 세력을 포용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전략에 맞선 새누리당발 단일화 전략인 셈이다.
반면 야권의 개헌론자들은 새누리당 친박과 더민주 친문 제외한 모든 세력이 중간지대에서 만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안철수의 ‘제3지대’나, 김종인의 ‘비패권지대’, 정의화의 ‘정상지대’는 결국 손학규의 ‘국민지대’로 통한다는 생각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일 강진 강연을 통해 사실상 ‘국민지대론’을 들고 나왔다.
실제 그는 당시 “강진에 칩거하며 기득권 세력의 국민 멸시와 총체적 정치 무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많은 번민을 했다”면서 "국민이 최종적인 감시자와 심판자가 돼 잘못된 역사와 정치를 바로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제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손 전 대표가 언급한 기득권 세력은 새누리당 친박계는 물론 더민주 친문계도 포함되는 것으로 이들을 개혁하기 위해선 국민과 함께 이른바 ‘국민지대’를 만들어 국민후보가 되는 어려운 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것이 뜻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강진을 떠나는 날, 그의 입을 통해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정권(주권)시대’를 열겠다는 보다 강렬한 선언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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