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응답하라 2017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10-18 1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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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2007년 11월 당시 노무현정부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기권을 결정한 배경이 서술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제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린 ‘정쟁(政爭)’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안보(安保)’문제다.

    따라서 어느 특정 대선주자나 혹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논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진실여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송 전 장관 회고록에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부의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 의견을 묻자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서술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입을 다물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근 인사들도 사건의 진위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정치공세”라며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의 대변인을 자처한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18일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을 겨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이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나오는 부분마다 부정적"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문제에 반기문 유엔총장을 끼워 넣는 식으로 ‘정쟁’을 촉발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심지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 공세에 대해 ‘색깔론’이라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박근혜 정권 들어서서 한반도가 평화롭나, 남북대화가 상시적으로 진행되던 그 시기에 비해 더 안전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 새누리당은 녹아내리는 색깔론 빙하위에 올라탔다"고 지적했다.

    마치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이 핵을 개발한 북한 탓이 아니라 핵을 개발한 북한과 대화를 단절한 우리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과연 이런 발언들이 우리나라 안보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물론 여권이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색깔론’ 이전에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인 까닭에 진실이 무엇인지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일단 2007년 11월 당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을 최종 결정한 시점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20일 밤에 결정됐다"고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유엔에서 정부가 기권 투표를 했던 11월 21일(한국 시각)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 등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있었으며, 유엔 표결 직후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20일) 저녁 늦게 대통령께서 송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과 기권 방안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 의견을 보고받고, 이를 수용했다“며 ”최근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안보정책회의에서 지속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어제 오후까지 최종 결정이 나 있지 않았지만 그 뒤로 장관과 실장이 협의해 기권안으로 정리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는 송 전 장관이 "11월 16일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 18일 다시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해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정리했다"며 "20일 밤 싱가포르에서 나와 노 대통령, 백종천 실장 셋이 모인 자리에서 백 실장이 북한 측의 반응이 적힌 쪽지를 보여줬고, 노 대통령이 '그냥 기권으로 가자'고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문재인 전 대표가 이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으로부터 ‘더민주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민의당에서도 문 전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겠는가.

    실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이 문제에 대해서 3일간 계속 말씀을 바뀌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일구삼언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께서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압박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정직이 생명인 것 같다"며 "그것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지지층은 지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렇게 불안한 사람을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로 뽑아도 되느냐 하는 고민이다. 이제는 안정적이고 경륜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은데, 강진에선 아직도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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