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드디어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2014년 정계 은퇴 선언 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만덕산 토담집에서 “만덕산이 이제 내려가라 한다”며 하산했다.
지난 2년 2개월 동안 언제나 그렇듯 오전 7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토담집 앞 계곡물을 받아 놓은 찬물로 세수를 하며 하산 준비를 시작했다. 하산길에는 수행원이 쇼핑백과 가방 하나에 담은 조촐한 짐만 옮겼다. 그렇게 손 전 대표는 2014년 8월 강진 백련사 인근 만덕산 토담집을 찾았을 때처럼 다시 맨몸으로 나선 것이다.
손 전 대표는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강진·영암군수를 비롯해 50여명의 지역 주민들, 그리고 그동안 신세를 진 백련사의 보살들과 두 손 잡으며 작별인사를 건네고는 서울로 향하는 검은색 차 안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오후 3시 쯤 국회에 도착한 그는 더불어민주당 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이찬열 의원 등과 티타임을 가졌고, 이후 4시 쯤에는 곧바로 정론관을 향했다. 그 자리에서 공식적인 정계복귀선언이 이뤄졌다.
이날 오전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핵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훌륭한 인재가 다시 정계복귀해 야권으로 돌아오는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며 “국민의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손 전 대표에게 거듭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같은 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이제 정계복귀하시면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국가가 위기상황인데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환영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한민국호가 가라앉고 있고 선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말로 위기상황"이라며 "이럴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서 위기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그의 정계복귀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의원 측은 "정치선배로 야권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더민주 당적을 갖고 계신만큼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도 "손 전 고문이 경륜도 있으시고 경험도 풍부하시다"며 "향후 정권교체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전반적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과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역시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지혜를 보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그동안 산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 테니 우리 현실 문제를 타결하는 데 있어 기여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반기면서도 손 전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당(더불어민주당)에서 안할 것 같다. 하여튼 지금 당적이 있다고 꼭 민주당에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럽다"고 전망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유력 인사들이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더민주 인사들은 현재 손 전 대표가 당적을 버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들과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고, 국민의당은 거물급인 손 전 대표의 영을 통해 위축된 당세를 만회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러면 손 전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는 이날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당적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공식적인 탈당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의 복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선 ‘한방’의 강펀치를 얻어맞은 셈이다.
그러면 국민의당으로 가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그는 “87년 6공화국 체제는 명운을 다했다”며 “제7공화국을 열자”고 제안했다. 기존의 국가 체제, 기존의 정당체제가 아닌 혁명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정치와 경제의 ‘새 판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기득권을 지니고 있는 기존의 정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는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듯, ‘소와 멍에’에 비유하는 발언도 나왔다.
모쪼록 “제 7공화국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 성장 엔진 달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뚜벅 뚜벅 걸어 나아가겠다”는 그의 뜻이 국민에게 바르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