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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는 현 6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려는 기득권 세력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개혁세력 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전남 강진 토굴에서 내려와 2년 2개월 만에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87년 6공화국 체제는 명운을 다했다”며 “제7공화국을 열자”고 제안한 탓이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라며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 6공 체제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지금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여러분, 저는 정치 경제의 새 판 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제 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 성장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1987년 개헌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헌법 체계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 방법에 대해선 그날 기자회견장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강진에 머물면서 집필한 ‘강진일기’를 보면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 있다.
내년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걸고 취임 뒤 바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고, 다음 대통령이 책임 총리를 약속하고 개헌 때까지 이를 실천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미 정치권에서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다양한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회 개헌추진 의원 모임에 전체 의원의 3분의 2 가까이 되는 190여 명이 참여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역시 대체로 개헌 찬성하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마음만 먹는다면 개헌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 개헌방향일까?
손 전 대표는 ‘제7공화국’을 열자고 제안 했다. 단순히 개헌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공화국을 바꾸자고 한 것이다.
공화국은 헌법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통치구조가 바뀔 경우에만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6공화국’ 체제의 연장선으로 7공화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손 전 대표의 개헌방향은 ‘제7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분권형, 혹은 내각제로의 개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욕이 강한 기득권세력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야권 주자들 가운데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대권주자들, 즉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기득권 주자들은 개헌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짧은 기간에 개헌을 논의하기 어려운 만큼 불가능한 일에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21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청년아카데미 개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개헌 이전에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면서 개헌론에 선을 긋고 나섰다.
개헌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가 바로잡히면 경제,사회,문화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정치를 바로잡는 단초인 개헌을 부정하면서 다른 일을 먼저 하자는 것은 박근혜대통령이 ‘경제블랙홀’ 운운하며 개헌론에 제동을 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떤 미사여구로 개헌을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을 분배하기 싫다는 뜻 아니겠는가.
결국 내년 대선은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와 같이 현 6공화국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기득권 집단과 손학규 전 대표처럼 국민이 원하는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새로운 세력이 충돌하는 선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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