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10-27 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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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연관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27일 오전 국가미래연구원 등이 주최한 개헌 토론회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작금의 상황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무소불위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개헌이 왜 필요한지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도 "최근 발생한 엄청난 사태는 과연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면 가능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모든 국가 기능이 갑작스럽게 정지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많은 분들이 최순실 사태의 근본 문제는 제도의 실패라고 한다"며 "역대 대통령들도 권력의 사적 집단에 의한 농단에 빠졌다"고 가세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한 번 '리셋'하자"며 "혁명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개헌을 할 용기없이 이 시기를 그대로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분권형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사회가 민주화됐는데 정치권력은 지리멸렬한 방법으로 독재를 행사해 왔다”며 “이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권력분산형 권력구조 개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비극의 연속은 대통령과 가족, 측근의 비극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비극”이라며 “최순실 사태 같은 일이 앞으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국정 운영체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특정 개인이 나라를 움직이는 ‘영웅의 시대’ 아니므로,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력과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킬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들 여야 의원들의 견해는 지난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자고 제안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생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27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해공 신익희 기념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게이트로 개헌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태가 6공화국의 종언을 고하고 7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사태의 중심엔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 뒤에 숨어 실세로 있게 한 6공화국 체제가 있다. 그래서 새판을 짜야 하고 7공화국을 건설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만 분권형 개헌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게 아니다. 국민들도 개헌에 대해선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 찬성 58.7%이고, 개헌 반대는 35.1%로 찬성 의견이 무려 23.6%나 높았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개헌논의에 부정적이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개헌논의에 대해선 매우 비판적이다. 실제 문 전 대표는 개헌논의에 대해 ‘제2의 유신’ 운운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2014년 10월20일 국회 개헌논의에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국회의원이 헌법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고 핏대를 올렸다. 그런데 왜 지금은 반대를 하는가.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을 핑계로 대고 있지만, 그런 문제로 모든 개헌논의를 중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이 개헌논의를 반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문재인 전 대표가 고립되는 반면 개헌론에 불을 지핀 손학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제3지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순실 의혹을 핑계로 개헌논의자체를 차단해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혹시 현재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자신의 지지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을 한 번 해보겠다는 욕심에서 개헌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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