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위험한 생각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10-30 10: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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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이 28일 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했으나 또 다시 실패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28일) 아침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나눴지만 우리가 다시 한 번 소통의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11월7일 아침에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오전 9시에는 어떻게 되든 결정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눈이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에 쏠려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대체 그동안 국민의당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초 국민의당은 지난 9일 박지원 원내대표가 겸직하고 있는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호남중진론'과 '비례초선론'의 대립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차기 비대위원장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끄는 만큼, 무엇보다도 리더십을 갖고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진행된 의원총회-비상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초선 의원보다는 비교적 당내 상황을 잘 아는 중진 의원에게 차기 위원장을 맡기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신용현·오세정 의원 등 초선 의원카드는 배제되고 김동철(광주 광산갑·4선) 의원과 조배숙(전북 익산을·4선) 의원으로 압축됐으며, 의총에서 김동철 의원이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었다. 아마 표결을 진행했으면 김동철 의원이 차기 비대위원장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산 된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느닷없이 ‘김병준 카드’를 빼든 탓이다.

    실제 지난 27일 오전 안철수 전 대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김병준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했다”며 ‘외부인사 카드’로 김병준 전 장관을 제시했다.

    당초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외부인사로 영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이른바 ‘국민중심지대’라는 제3지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국민의당은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외부인사 카드를 포기하고 내부인사 가운데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고, 24일 의총에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안 전 대표가 느닷없이 외부인사인 ‘김병준 카드’를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세상에 이런 독단적인 결정이 어디 있는가.

    그러면 그동안 국민의당이 가진 수차례의 회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의총을 하고 박지원 비대위원장 주재로 초선·중진 미팅 등을 해왔는데 그런 과정은 완전히 무시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결정은 민주 정당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김병준 카드가 반드시 필요했다면, 그 자리에 참석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오죽하면 9명의 중진의원들 가운데 무려 7명이 반대 의견을 냈는지 안 전 대표는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국민의당은 ‘안철수 사당(私黨)’이 아니다. 공당(公黨)이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자기 당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국민의당이 왜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왔는가. 민주당이 ‘문재인당’이라는 문제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 국민의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손학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라면 그것은 더더욱 잘못된 일이다.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동철 의원은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함께 당내 대표적인 손학규계다. 실제 김 의원은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그래서 무리하게 ‘김병준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손학규, 안철수 전 대표는 거대양당에 실망한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제3지대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자면 제3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표의 확장성 면에서 손 전 대표만한 대선주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국민과 소통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이 ‘최순실게이트’를 초래 했다면, 당내 의원들과 소통 없는 안철수 전 대표의 독단이 이번 ‘김병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그나저나 ‘최순실게이트’와 ‘송민순회고록’으로 국민의 마음이 상해 있는 판국에 ‘안철수의 독단’으로 국민이 또 다시 상처를 입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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