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거국중립내각’으로 간다면 누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11-07 12: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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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악인 5%까지 떨어지는 등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은 각기 해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의 최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록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은 ‘국회 추천 총리 중심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최종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거국내각에 국정운영 권한 넘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 전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시종일관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문 전 대표가 중간에 ‘말 바꾸기’를 할 때에도 그는 극도의 국정혼란을 야기할 ‘하야’나 ‘탄핵’요구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긋고 ‘대통령 2선 퇴진, 여야 합의 총리 선출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줄기차게 촉구했던 것이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대구 ‘강진일기’ 북콘서트에서도 “헌정 중단 사태를 피해야 하는데 아직 대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여야가 합의해 과도정부를 만들어 헌법을 개정하고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등 초강경 발언한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에 자극을 받아 ‘이재명 따라하기’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일부터는 온·오프라인에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박원순 시장도 직접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아무래도 ‘거국중립내각’ 구성 쪽으로 점차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 거국중립 내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7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는가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여야 협의를 거친 신임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4일 “김병준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 중심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청와대도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김병준 총리 인준 문제도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과정에서 대권주자들은 적나라하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비록 중간에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정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거국중립내각’ 쪽으로 가닥을 잡아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겼다. 그런 면에서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없다.

    손 전 대표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시종일관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해 가장 안정적인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국정 안정을 희망하는 국민들이 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분노한 민심에 편승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불안한 지도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만 초래했다. 지지율 5%짜리 대통령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에 당장은 지지율이 올라갈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운 행보임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인터넷상에선 야당 전직 당수나 수도 서울시장이 고작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기초단체장을 따라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제 여야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이성을 찾고 ‘거국중립내각’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걸 보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누가 거국중립내각 총리 적임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참고로 지난 달 31일부터 이날까지 한국경제신문의 한경닷컴이 라이브폴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총리로 누가 가장 적임이라고 보세요'을 주제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총 참여자 5015명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를 적임자로 꼽은 참여자가 259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51.7%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407명 (28.1%), 김황식 전 국무총리672명 (13.4%), 강봉균 전 부총리 342명 (6.8%) 순이다.

    그나저나 지금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탈당을 결행하고, 국회에 총리 지명권을 넘기겠다는 선언이 나와야 할 텐데 시간이 지체될까 걱정이다. 늦어지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만일 지금 인내하며 지켜보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나 문재인 전 대표마저 거국중립내각 주장을 철회하고 하야를 요구하는 대열에 합류한다면 그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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