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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 국회가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상했던 대로 ‘김병준 카드’는 버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경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정세균 의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 배경을 설명한 뒤 야당이 반대할 경우 국회에 총리 후보자를 추천하면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정 의장에게 전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총리 선출 권한이 사실상 청와대에서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총리를 선출하는 문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선출되는 총리는 대통령 보좌기관에 불과했던 기존의 총리와는 다른 ‘실권총리’로 여야 각 당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탓이다.
실제로 과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책임총리’로 불리기는 했으나, 그 역시 ‘대통령 보좌기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었다. 고작 헌법에 명시된 대로 각 부 장관인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등을 행사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비상시국에 여야 합의에 의해 선출되는 총리는 ‘책임총리’보다 더 막강한 ‘실권총리’로 사실상 내각제의 총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실권총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용어도 아니다.
법이 ‘실권총리’를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권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정립돼 있지 않다.
더구나 헌법이 명문으로 정하고 있는 총리의 권한은 지극히 제한 적이다. 실제 현행 헌법이 규정한 국무총리 권한은 고작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권 △행정 각 부 통할권 △각 부 장관인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부서권 등 정도다.
그러나 현행 헌법상 총리에게 국무위원임명제청권, 국무위원해임건의권 등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대통령이 임명권을 형식적으로만 행사한다는 약속이 있다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도 얼마든지 실권총리 운영은 가능하다.
그러면 실권총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개헌이다. 이번 ‘최순실게이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새로운 총리의 역할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87년 낡은 헌법의 부산물인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국민주권시대인 7공화국체제를 새롭게 열어 가야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선출되는 실권총리는 ‘분권형 개헌론자’로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중립적 인사라야 한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7공화국’을 열기위해 기꺼이 온 몸을 던지겠다고 선언한 분권형개헌론자가 있다. 거국내각 총리 후보 적합도를 묻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이 있다.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소속 정당을 탈당한 중립적 인사가 있다. 바로 손학규 전 대표다.
따라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그를 ‘실권총리’로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가 문제다. 정치는 국가나 국민보다 계파의 안위를 우선하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 더불어민주당의 친문과 비문,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기 다른 셈법에 따라 각기 다른 총리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새누리당 비박계와 민주당 비문계,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실권총리’ 적임자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 비문계는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을 우려해 주저하는 분위가 감지되고 있으며,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기에 ‘절대 반대’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친문계에선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실권총리’ 추천은 각 정당의 정파적 이해관계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우선하는 추천이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끝장내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할 능력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그 답은 손학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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