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권은 改憲에 매진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11-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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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선(先)총리 후(後)탄핵'을 고집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결국 제1야당 위세에 눌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날까지 총리 추천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였던 박 위원장이 이날 “총리 문제로 야권 공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실망하고 정치권에 자극이 되기 때문에 일단 우리 당도 탄핵을 준비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박지원 위원장은 "(박 대통령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재 국무총리(황교안)에게 넘어간다 하면 '죽 쒀서 개주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총리추천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김경민 국민의당 의원은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4~5일 정도면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논의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국면인데 새 총리를 통해서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거나 “책임 있는 총리를 세워서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발언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야권은 결국 '선총리 후탄핵'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말았다. 현재의 국정혼란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반대 때문이다.



    어쩌면 문 전 대표는 이런 국정혼란상태가 능력 있는 국회추천 총리로 인해 조기에 수습되는 걸 원치 않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국민의당이 문재인 전 대표의 반대 때문에 국회총리 추천 문제를 포기한 것은 매우 아쉽다.



    그러나 ‘개헌’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최순실사태’는 한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적인 사례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분권형 개헌을 통해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7공화국 시대를 열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 때문이다.



    당시엔 그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지 못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여권에서도 개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이날 대선불출마와 함께 개헌 추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이날 “지금 (역대)7명 째 대통령 하에서 5년마다 한번씩 이런 일(임기말 측근 비리 사태)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이제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들에게 이런 괴로움이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은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개헌을 고리로 비박(非박근혜계)와 비문(非문재인계) 등 여야 비주류 중심의 정계개편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내 대표적 개헌파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한 이재오 전 의원 등과 함께 남경필 김용태 정두언 정태근 등 여당 탈당파 전현직 의원들이 개헌을 연결고리로 ‘제3지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 전 대표 측이 이런 상황을 경계하면서 개헌론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재 구도가 내년 대선 때까지 그대로 이어지면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굳이 개헌으로 정치판 새 판짜기를 해 판을 흔들 필요가 있느냐는 게 그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다.



    국정 안정, 혼란 수습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권력을 탐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래선 안 된다. ‘선 총리’ 추천은 어쩔 수 없이 제1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지도부의 힘에 밀려 포기했더라도 ‘개헌’만큼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비문계와 국민의당,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힘을 모으면, 충분히 ‘7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이 민심이다.



    만일 문재인 전 대표가 끝내 이런 민심을 거부하고,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저항의 촛불이 그 쪽으로 옮겨 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라도 정치권은 탄핵논의와 동시에 개헌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탄핵시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 되는 ‘선총리 추천’포기 방침 역시 재고해 주기 바란다. 다수의 목소리가 문재인 전 대표 한 사람의 대권욕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닐 것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야권공조’가 아니라 바로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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