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역행하는 ‘모바일투표’ 안 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2-14 12: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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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이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영입하면서 ‘완전국민경선’을 치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국민의당 당원은 물론 일반국민들까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방향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환영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모바일 투표제’라는 게 튀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모바일투표 실시 여부에 따라 후보 간 유ㆍ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이건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모바일투표’가 어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더라도 그것이 ‘정의’가 아니면 결코 그것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물론 반대로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더라도 그것이 ‘정의’라면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모바일투표는 과연 옳은 방향인가.

    아니다.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듯 상당히 문제가 많은 투표방식이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모바일투표가 문제가 되어 손학규, 김두관 등 반(反)문재인 진영의 후보들이 합동연설회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사실 모바일 투표는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1인1표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평등선거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선거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한 일상공간에서 노출된 상황에서 투표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까지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상대 당 지지자들이 가장 취약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역선택 위험성과 특히 특정집단이 과다 대표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모바일 투표는 쉽게 말해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년층의 경우 자녀들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명의도 자녀들 이름으로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노년층은 투표참여 자체가 원천봉쇄 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휴대전화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노년층 역시 방법을 몰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또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은 해당지역 경선일 전날까지 미리 투표를 하게 돼 있다. 따라서 후보들이 아무리 현장에서 열심히 정견발표 연설을 하더라도 표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투표참여인단이 현장에서 모든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비교하면서 선택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진보 성향의 원로 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모바일투표에 대해 “난센스에 가까운 제도”라며 “한국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8.9 전당대회 당시 모바일을 이용한 사전투표 방식을 도입하려다가 포기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만일 모바일 투표가 바람직한 경선방안이라면, 당연히 세계 각국에서 실시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과거 스위스가 한차례 실시한 일은 있지만 지금은 각종 문제로 인해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문제가 많은 제도다. 한마디로 모바일투표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어느 누구라도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투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그런데 다른 정당도 아니고, 친박-친문패권세력에 맞서 비패권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모바일투표 도입문제가 특정 대선주자를 위해 거론되고 있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다른 정당은 몰라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국민의당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 ‘꼼수’가 없는 ‘가장 정직한 방법’으로 경선을 치르라는 말이다. 그래야 누가 승리하든 모두가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경선이 이뤄질 것 아니겠는가.

    가장 정직한 투표방식은 현장투표다. 대리투표를 막을 수 있고,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가장 확실한 방식, 게다가 역선택을 방지하고, 노년층의 참여가 보장되는 현장투표야 말로 ‘가장 정직한 투표’ 방식 아니겠는가.

    특히 순회경선을 통한 현장투표는 선거인단이 현장에서 여러 후보들을 비교해 가면서, 본선에 강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식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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