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은 ‘양치기 소년’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2-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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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요즘 행보가 오락가락이다.

    그 모습이 마치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실제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을 언급하는 등 중도 확장 전략에 나섰던 안 지사는 갑자기 ‘집토끼’ 잡기로 돌아선 반면 탄핵 기각에 대한 질문에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문 전 대표는 이제 와서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바꿔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지속적으로 ‘우클릭’하다가 최근 ‘좌클릭’으로 방향을 선회한 안지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안희정의 우클릭 정책은 그의 대연정론에서 출발했다. 그가 언급한 대연정론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범여권까지 모두 연정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과거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을 복원하여 협치를 통한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지어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자기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을 `정희`를 거꾸로 하여 `희정`으로 지었다는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 `선한 의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즉 두 정권이 나름대로 선한 의지로 정책을 폈지만 법과 원칙에 위배된 국정운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런 행보로 인해 바닥권을 형성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어느덧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그의 우클릭 행보는 마땅한 여권 후보가 없는데다가 ‘제3지대’인 국민의당마저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도 및 보수층의 표심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지지율 상승에는 갈 곳을 잃은 반기문의 표심과 50~60대의 중도 보수층의 지지가 한 몫 하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마디로 ‘보수’ 혹은 ‘중도’의 가면을 쓰고 ‘산토끼’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을 끌어 모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가면을 벗어던지고 ‘강경 친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시 “적폐청산” 운운하는 등 급격하게 좌클릭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도 당 지지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될 당내 경선 특성상 '산토끼'보다는 '집토끼'를 신경 쓰는 게 유리하다는 정략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우클릭 행보는 과거 운동권 출신의 경험과 도지사로서의 경륜이 결합된 정치적 신념의 표출이 아니라 단지 표를 의식한 일시적 전술적 변화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오죽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이렇듯 오락가락하는 안 지사를 향해 “대통령병에 걸려서 이것도 끌어들이고, 저것도 끌어들이려 하니깐 내 속의 생각은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겠는가.

    그렇게 오락가락하기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혁명밖에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문 전 대표는 최근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정치인들은 승복해야 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당내 경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이제는 ‘산토끼’를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좌클릭과 우클릭을 자신의 유불리, 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꾸다보니 유권자들은 그들의 본심이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솔직히 이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날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선 총리교체, 후 탄핵안 표결'을 주장한 사람이 있다. 바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지난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회는 국무총리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박근혜 아바타’인 황교안 권한대행체제의 출범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당시 흥분한 대중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국무총리가 되려 한다’는 황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왜, 표를 모으는데 방해가 되는 말씀을 하셨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표부터 계산하는 정치인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되레 호탕한 웃음을 지었었다.

    과연 우리 유권자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누가 표만 바라보며 수시로 말을 바꾸는 ‘양치기 소년’인지, 또 비록 표가 되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소신발언을 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이번 대선판도는 지금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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