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만난 박주선의 출사표...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3-14 16: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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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대통령 경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4일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느닷없이 대선출마의사를 밝혔다.

    사실 그동안 박주선 부의장이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나 전망은 그 어디에도 나온 적이 없다.
    따라서 갑작스런 그의 출마에는 어떤 뒷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박 부의장을 만나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달라며 선거지원을 요청한 후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까닭이다.

    실제로 박 부의장은 안철수 전 대표와 만난 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들이 대선 출마를 하라고 압박해 고민 중"이라며 출마가능성을 언급했고, 곧바로 그 다음날에 공개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주선 부의장의 출마는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표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안철수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박 부의장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는 동기자체가 너무 황당하다.

    이미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 전 대표처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을 열기 위해서라거나, 안철수 전 대표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통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여러 사람들이 나가라고 압박해서 출마하겠다니 얼마나 웃기는 노릇인가.

    박 부의장의 그런 모습은 흡사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한국당 핵심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도 이날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해 온 `탄기국(탄핵무효국민총궐기운동본부)'의 강한 출마 요구가 출마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것이다.

    정말 가관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인가. 아니다. 박주선 부의장과 김진태 의원에게 묻고 싶다.

    국가에 대한 미래비전 없이 단지 주변에서 나가라고 해서, 어느 단체에서 출마요구가 있다고 해서 너도나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간다면, 그 정당 꼴이 얼마나 우습게 되는지 한번 쯤 생각해 보았는가.

    오죽하면 박 부의장이나 김 의원의 출마소식을 듣고 유권자들이 ‘개나 소나’라고 손가락질하며 혀를 ‘끌끌’ 차겠는가.

    물론 민주주의 국가, 민주주의 정당에서 피선거권을 지닌 자라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좀비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에서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는 것을 보고 ‘개나 소나’라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걸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에 비하면 이날 출마의사를 접은 천정배 전 대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천정배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번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부족해 경선승리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원해주신 여러분에게 송구하다는 말씀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국민의당 대선승리, 개혁정부의 창출 및 소외된 호남의 권익회복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개혁의 아이콘’으로 국민들, 특히 호남 지역주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국민의당 경선을 자유한국당처럼 ‘도토리 주자’들의 집합체, 즉 ‘개나 소나’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경선이 아니라 국민의 이목을 받는 경선판을 만들기 위해 자진해서 후보 사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 단 한 줄,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았던 박주선 부의장이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난 직후 출마의사를 밝혔으니,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새정치를 외치던 안철수 전 대표가 박 부의장과 모종의 뒷거래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겠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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