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의 오만함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3-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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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3당 원내 지도부가 지난 15일 4년 중임(重任)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에 합의하고 5월9일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3당 합의라고 하지만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원죄가 있는 탓에 자신들의 개별적인 목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었다.

    실제 한국당의 요구는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주도한 사실상의 ‘양당합의’로 한국당은 그저 개헌 발의안에 머릿수를 채워주는 역할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왜 개헌 문제에 대해 이토록 서두르는 것일까?그리고 이들이 추진하는 ‘분권형 개헌’이 국민요구에 부응하기는 하는 것일까?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6일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꼈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의 분산을 위해 개헌과 개혁입법을 통과시키자고 했고 민주당도 동의해 개헌특위를 출범시켰다"며 "민주당은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반대한다고 비겁한 침묵과 반대를 이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조금만 버티면 제왕적 대통령이 될 거라고 착각해서"라며 "정치지도자로서 비겁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서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한 내부 단속에 나서니 탈당까지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는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중진회의에서 "가장 큰 적폐청산은 개헌"이라며 "수차례 시도됐던 개헌은 대통령이 된 사람이나 될 사람의 권력욕이나 탐욕 때문에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대통령 자리가 눈앞에 있으니 약속을 무시하고 돌변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먼저 ‘최순실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제왕적대통령제의 적폐가 심각한 만큼 이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개헌 방향에 대해선 이의가 일 수 없다. 그럼에도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더불어민주당, 특히 그 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3당 합의에 대해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은 이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국회에서 통과되는데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 모두 합쳐도 165명밖에 안 된다. 민주당 내 개헌파 수는 현재 34명이다.

    이들 모두가 합세해도 한 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최근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투표는 지방선거 때’라고 아예 못을 박을 상황이다. 한마디로 개헌파의 입을 틀어막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탈자가 나오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면 개헌안이 발의되는 것은 어떨까? 3당 의원 숫자를 모두 합하면 165명이기 때문에 150명의 서명만 받으면 되는 개헌안 발의는 무난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소속 정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원내지도부의 3당 합의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측 의원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측 의원의 이탈로 개헌안 발의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제왕적대통령’이 되어 보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개인적 욕심 탓에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할지라도 단일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것만으로도 친문패권세력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의조차 되지 못한다면,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지난 4.13총선 당시 광주에서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대선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뭉개버렸던 전력이 있는 정치인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3당 합의 반대’가 야속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사실상 당론을 거부하는 두 정치인의 오만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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