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지원의 ‘自强 연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3-2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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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어제 페이스북에는 ‘호남 자민련’의 길을 선택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접겠다는 글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른바 ‘자강론’이란 명분으로 사실상의 ‘고립주의’를 선택한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당 호남지역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탓이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고, ‘개혁연대’도 물 건너가고 말았다는 한탄의 소리도 잇따랐다.

    특히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이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실제 박 대표는 27일 기독교방송(CBS)에 출연해 "반문연대라는 구도를 가지고 문재인과 대결하려는 그 자체가 패배주의"라며 안철수의 손을 들어 주었다.

    마치 안철수와 박지원이 ‘자강론’을 위해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초년생 안철수의 ‘자강론’을 ‘필패전략’으로 보고 있다.

    손학규 후보가 전날 전주에서 'DJP연합'을 거론하며 '대연정'을 주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그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독자노선, 고립노선, 패권주의 정치로는 결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서 '연합·연대'를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호남중진인 김동철·유성엽·황주홍 의원도 '안철수 연대 불가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반(反) 연대론 내지 연대 불가론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39석의 미니정당으로는 그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121석의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면 대체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대표는 왜 눈에 빤히 보이는 ‘필패전략’을 선택할 것일까?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합리적 추론을 해보자면 우선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을 포기하고, 차기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어차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20%안팎의 큰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3자대결에선 3위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었다.

    그래서 이번에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돼 막판까지 연대 없이 자강론을 고집하면, 멋있는(?) 패배자가 되어 후일, 즉 차기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출마를 채비하는 국민의당 당원들의 겪을 낭패감을 생각해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지방선거 출마예비자들을 사지로 몰아내는 것은 당의 지도자로서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박지원 대표는 왜 자강론이라는 미명하에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일까?

    아마도 그는 국민의당이 ‘호남 울타리’를 벗어나 전국전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 사퇴이후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직했는가 하면, 이제는 아예 당 대표 자리까지 꿰차고 앉았다. 한마디로 그동안 국민의당은 박지원 손아귀에서 놀아난 셈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당이 손학규 후보의 당선으로 바른정당을 흡수하고, 자유한국당의 합리적 보수인사들은 물론 민주당 비문세력까지 흡수해 거대한 전국정당으로 성장하면 그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 대표 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고, 그의 목소리도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자강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를 당선시켜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남도록 하는 게 더 유익했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자신이 ‘호남의 맹주’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정당은 그 한계로 인해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자민련의 역사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김종필 전 총리가 만든 자민련은 충청권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했으나. 끝내 여권에 흡수 소멸되고 말았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 끝내 ‘호남 자민련’의 길을 선택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고 결국 민주당에 흡수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강론을 위한 안철수-박지원의 연대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 훗날 ‘배신행위’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지금 ‘자강론’이 필승전략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사람은 안철수-박지원 두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묻겠다. 만일 자강론이란 미명하에 철저한 고립주의를 채택했다가 본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어떻게 할 텐가. 그것은 국민의당 경선과정에서 지지자들과 국민을 속인 행위인데 그 책임을 지고 두 사람은 기꺼이 정계를 떠날 용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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