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쪽박이냐 대박이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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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대통령 후보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형식의 현장투표로 선출한다.

    완전국민경선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당원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경선에 참여해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비록 안철수 전 대표 주장 때문에 여론조사 20%를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100% 현장투표’가 이뤄지지 못해 조금 빛이 바라기는 했으나. 이 방식이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키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이 ‘중복투표’ 가능성이 있다면 적극 반대한 탓이다. 하지만 이 시각 현재 ‘중복투표’는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시스템으로 중복투표를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원 대표는 현장투표를 ‘도박’인줄 알았더니 ‘대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현장투표 제안을 수용한 박지원 대표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지원 대표의 두 번 째 도박은 어쩐지 불안하다.

    바로 박지원 대표가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자강론'을 선택하고 사실상 안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경선 현장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당으로부터 조직적 지원을 받는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로인해 안 전 대표는 거물급 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5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지사 등을 제치고 대선주자 지지율 2위로 치고 올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환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1일 경기도에서도 안 후보가 승리해 제2의 '안풍(安風)'을 몰고 오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진영에선 당 안팎에서 난무하는 연대론과 후보단일화 시나리오를 '정치공학적' 시도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통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국민의당 지지층은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가 호언장담해온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에 가까이 다가선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연대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박지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을 지지하자 결국 연대론의 예봉이 꺾였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 측에선 “박지원이 결과적으로 안철수의 선대위원장을 한 셈”이라고 한탄했다.

    어쨌거나 안 전 대표는 앞으로도 당 밖 세력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구심력을 강화해 자연스럽게 비문 정서를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안철수 전 대표가 연대 없이 ‘나 홀로 후보’를 고집할 경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보수와 진보의 틈바구니에서 국민의당이 중도층 지지만으로는 당선은커녕 2위 자리마저 내주게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만일 그런 결과가 나오면 박지원 대표의 ‘자강론’ 지원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지도 모른다.

    만일 안철수 후보가 연대를 거부하고 자강론을 고집하다 할 경우, 그 책임은 안철수 후보와 그런 안 후보를 지원한 박지원 대표가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대선 패배 후 박지원 대표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될 것이고,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란 뜻이다.

    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시절, 지방선거에서 패하자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보다 더욱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뻔뻔하게 그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자강론을 선택한 박지원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일등공신’이 되겠지만 패배하면 천하의 역적이 되어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무튼 국민의당 후보가 ‘호남자민련’ 후보가 되더라도 ‘자강론’으로 가야 한다는 박지원 대표의 선택, 즉 안철수 후보 지원이 쪽박이 될지, 아니면 대박이 될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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