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딜레마 박지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10 11: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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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폭등했다. 지난달 10%대에 머물던 그의 지지율은 급기야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수준까지 치솟았다.

    양자구도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다자구도에서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하는 모양새다.

    실제 10일 공개된 5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개는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고, 다른 두 개는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으며, 나머지 한 개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지지율이 동률을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대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왜 이렇게 폭등한 것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첫 번째 요인은 국민의당 경선과정에 나타난 컨벤션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사실 국민의당은 경선 당시 39석의 미니정당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의 지역구 의석이 호남에 몰려 있는, 즉 호남 자민련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정당이었다.

    바른정당 의석수가 현재 33석인 것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역구 의석만 따지면 바른정당이 더 많고, 지역분포를 보더라도 바른정당은 영남과 수도권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런데 바른정당의 경선은 결과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 반면 국민의당 경선은 흥행에 성공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대박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 국민의당이 경선에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도 손학규고 둘째도 손학규다.
    먼저 경선방식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제안한 현장투표로 진행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국 순회 완전 자유경선제는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반면 바른정당의 경선은 사실상 여론조사와 다를 바 없어서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사실은 안철수 후보는 당시 바른정당과 같은 형태의 경선을 주장했었다. 만일 안철수 후보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의 안철수는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손학규 의장이 오늘 날의 강력한 안철수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컨벤션 효과만으로 지금의 안철수 지지율을 설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다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양당이 지리멸렬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중도 보수층이 대체제로서 안철수 후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유승민 후보에 대해선 `배신자`라는 비판이 홍준표 후보에 대해선 `무자격자`라는 네거티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넌덜머리가 난 중도 보수층이 야권으로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비교적 부담이 적고 안심할 수 있는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된 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한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이 같은 지지율 폭등이 대통령선거 당일까지 그대로 유지, 정착될 지는 의문이다.

    안 후보에게는 박지원이라는 딜레마가 있는 까닭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10일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대북 송금사건의 주범으로 감옥을 다녀온 분으로 그때 북한에 퍼준 돈이 핵미사일이 돼 지금 우리 국민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사드를 도입하려는데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박지원 대표 때문에 국민의당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극히 미미해서 당장 연대를 한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유 후보의 발언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저지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 보수층의 마음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반기문에서 황교안이나 안희정으로 흩어졌다가 어절 수 없이 안철수로 향하는 모래알 같은 유권자들을 확실하게 내편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들에게 적어도 국가안보에 대해선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박지원 대표가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박지원은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과연 안 후보가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만일 안철수가 박지원을 뛰어 넘으면 대통령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겠지만, 그의 틀 안에 갇히는 순간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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