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사드반대 당론 수정" 이유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1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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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해온 국민의당이 4·12 재·보궐선거 뒤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론 수정을 논의하기로 했다니 일단 환영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안보’ 때문이 아니라, ‘외교’ 때문이라니 왠지 찜찜하다.

    실제 사드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안철수 후보가 국가 간 이뤄진 협약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사드 반대 당론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원폭실험은 벌써 네 차례나 실행에 옮겨졌고 장거리 미사일은 그동안 수없이 쏴댔다.
    비록 우리가 최신무기와 막강한 공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원자폭탄 하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북한은 걸핏하면 포를 쏘아댄다. 천안함도 폭파하고 연평도도 포격한다. 설마 같은 민족을 향해 핵폭탄을 터뜨리겠느냐며 느긋하게 있다가는 언제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그나마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어수단이 현재로서는 요격미사일 사드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안보’, 즉 국민과 영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지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국가 간 협약, 즉 외교문제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바꾸겠다는 박지원 대표의 인식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박지원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한일 양국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한 이른바 ‘12.28 위안부 합의’ 역시 그대로 존중해야만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국민은 지금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에 대해서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후보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아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드배치 당론 수정을 추진하게 된 박지원 대표의 배경설명이 잘못된 셈이다.

    그러면 박 대표는 왜 ‘안보’ 때문이 아니라 ‘외교’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일까?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박 대표는 사드배치 문제가 터져 나왔을 당시 가장 앞장서서 ‘반대’를 외쳤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사드배치를 반대하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런 예측도 하지 못한 분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 '노(No)'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늘 '노' 해야 한다"고 공세를 취했다.

    사실상 ‘반미 감정’ 때문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따라서 이제 와서 뒤늦게 ‘안보’ 때문에 사드배치를 찬성한다고 하면, 자신의 스타일이 상당히 구겨질 것이고, 그걸 피하고 위해서 ‘외교’ 때문이라는 어설픈 설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런데, 이런 박 대표의 설명이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대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한심하게 ‘보수 적자’논쟁이나 벌이고 있다. 그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이 대안으로 찾은 게 바로 안철수 후보다. 안철수 후보만큼은 적어도 ‘안보’ 문제에 관한한 문재인 후보보다는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 대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정적 이유가 바로 ‘사드배치 찬성’이다. 즉 안 후보가 사드배치를 찬성함에 따라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안보에 관한한 안철수는 믿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지원 대표는 ‘안보’를 우려한 때문이 아니라 단지 ‘국가 간 이뤄진 협약’, 즉 외교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 뒤에 있는 박지원 대표의 ‘안보관’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의 이런 해명이 안철수 후보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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