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 꺾이면 ‘박지원 인책’ 불가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12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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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번 대통령 선거는 불행하게도 모든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을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선거가 치러지는 탓이다.

    실제 특정 후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지만,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일은 일정상 불가능하게 됐다. 의혹을 받고 후보 측이 구체적인 해명 없이 ‘질질’ 시간만 끌면 그대로 유야무야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 후보들이 봇물처럼 쏟아내는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그 정책 이행과정에 필요한 예산문제나 효율성 등을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선은 사실상의 ‘이미지’ 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각 후보와 후보 주변 인사들이 갖는 이미지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말이다.

    특히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안 후보는 호남 및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에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 영남 및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아니라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대선은 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 짧은 기간에 말만 가지고 유권자들을 납득시키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지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 설명하는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즉 안 후보 개인은 물론 안 후보 주변 인사, 특히 선거대책위원회의 간판 이미지로 문재인이나 홍준표가 아니라 안철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의당 문병호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지원 대표는 이번 선대위에 참여하지마시고 백의종군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문 최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나라로 개혁되느냐, 과거 낡은 체제를 되풀이하느냐는 기로에 놓여있다. 안철수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당은 낡은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선에 임하고 있다"면서 "구시대를 접고 새 시대를 여는 국민혁명 중이다. 치열한 완수를 위해 공의로써 요구한다"고 박 대표의 선대위 불참을 당부했다.

    이어 "박 대표는 그동안 당 최일선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후방에서 지혜와 경륜을 발휘해줄 때"라며 "저도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여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황주홍 최고위원도 "문 최고위원의 충정어린 직언, 요구를 100% 지지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는 또 “우리 박 대표께서는 늘 선당후사를 강조해왔다”며 “이것을 몸소 실천하실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구시대의 박 대표가 새시대를 열겠다는 안철수의 간판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분일 뿐이고, 아마도 박지원 대표가 갖는 ‘불안한 안보관’ 때문에 백의종군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궤멸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양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했다. 그 대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폭등했다. 결과적으로 중도.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홍준표나 유승민의 대안으로 안철수를 선택한 셈이다. 아마도 안철수 후보의 안보관만큼은 믿어도 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 중도.보수성향 유권자들을 안철수 후보가 대선 당일 투표현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지원 대표 때문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선거대책회의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 "박지원 '상왕통치의 아바타'란 이야기를 듣는 상황에서 과거 좌파정권의 대북 퍼주기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유승민캠프 지상욱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박지원 대표의 과거 ‘퍼주기 햇볕정책’이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정당이 알철수 후보 대신 안보 문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박지원 대표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런 공세가 크게 먹혀 들어가는 분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선거프레임이 ‘안보 이슈’로 선회할 경우 중도.보수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만일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여기서 멈추고 그래서 ‘문재인 대세론’에 ‘안풍’이 꺾인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박지원 대표가 져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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