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TK’ 압승 vs. 국민의당 ‘호남’ 대승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13 14: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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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4.12 재보궐선거는 ‘보수적통’이 자유한국당이고, 호남의 맹주가 국민의당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이 압승을 거둔 반면, 바른정당은 완패했고, 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대승을 거둔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탓이다.

    먼저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자신들이 ‘보수적통’이라며 다투고 있는 TK 지역의 성적표를 보자.

    한국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을 뽑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서 친박 김재원 후보를 47.52%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시켰다.

    반면 ‘보수적통’ 경쟁을 벌였던 바른정당의 김진욱(5.27%) 후보는 4위에 그쳤다. 무소속 성윤환(28.49%) 후보와 민주당 김영태(17.34%) 후보의 성적에 비교해도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유승민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가 연일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엄청난 공을 들였음에도 참패한 것이다.

    전국적인 성적표를 봐도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1명과 자치단체장 3곳 중 1곳을 포함 공천한 23곳 중 50%가 넘는 12곳에서 승리했다. 광역·기초의원도 절반가량을 당선시킨 셈이다. 반면 바른정당은 고작 기초의원 두 곳에서만 당선자를 냈을 뿐이다.

    그러면 ‘맹주’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혈투를 벌이는 호남지역의 성적표는 어떤가.
    3대 1로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호남에서 치러진 광역기초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광역의원 2명과 기초의원 1명을 배출한 반면 민주당은 고작 1명만 당선시켰을 뿐이다.

    그러면, 이 같은 재보선 결과가 5.9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물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양강 구도’라는 틀을 뒤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극히 저조해 지역주민 전체의 여론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는 그리 반가운 결과가 아님은 분명하다.

    왜 그런가.

    일단 바른정당의 참패로 보수 및 TK지역 유권자들이 홍준표냐 유승민이냐를 놓고 더 이상 갈등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른바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이라는 논리에 의해 전략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했던 보수지지층과 TK지역 유권자들이 다시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즉 보수 및 영남지역 유권자들이 ‘홍찍문’이 아니라 ‘홍찍홍(홍준표를 찍으면 홍준표가 될지도 모른다)’이라는 생각에서 홍준표와 안철수를 놓고 고민을 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뜻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소위 '샤이 한국당' 표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대승한 것 역시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성적이 너무 초라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칫 ‘국민의당은 호남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 시킬지도 모른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의당은 이제 지역적으로는 ‘탈(脫)호남’을, 이념적으로는 ‘안보의 보수화’를 선언하고 그런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상임선대위원장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함께 박지원 당 대표를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박지원 대표가 누구인가. 그는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영남권에선 그를 비토하는 유권자들이 상당할 것이다. 또 그는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박 대표가 안철수 진영의 간판으로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전략적으로 안철수를 선택했던 영남 및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로 하여금 다시 ‘홍준표냐 안철수냐’를 놓고 고민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그래서 걱정이다.

    어쩌면 ‘박지원 그림자’로 인해 이번 대선이 친박에서 친문으로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형태의 ‘패권세력 교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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