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호남 딜레마’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18 15: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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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호남’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결국 호남 딜레마의 극복여부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쇄가 될 것 같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른바 ‘샤이보수층’이 안철수 후보 쪽으로 몰리는 탓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 안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선 문재인 후보가 조금 앞서거나 팽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대표 우파논객인 조갑제 씨가 "안철수가 당선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TK지역에선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현상을 우려하면서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정서가 넓게 퍼져 있다.

    즉 '문재인 거부 정서'가 강한 보수 진영에서 사표 방지 심리에 따라 안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국민의당이 19대 대통령 선거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에 국민의당 로고와 당명을 넣지 않은 것은 그런 보수층의 정서를 감안한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이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의 시대가 열린다)' 논리를 앞세우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논리가 안철수 후보를 향하는 샤이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릴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안철수 선대위가 ‘손학규-박지원 투톱체제’로 꾸려지면서 ‘호남’이라는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18일 안철수 후보가 호남색채를 빼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바른정당은 되레 안 후보가 호남민심을 얻기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오전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안 후보의 포스터에 대해 "호남 색채는 지우고 안철수 개인만 부각시켜서 다른 지역 보수층의 표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면서 "호남의 유권자들은 작년에 국민의당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 호남 푸대접을 한다는 뜻"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호남과 안철수 후보를 분리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선캠프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이 이제는 호남에서 표가 떨어지자, 노골적으로 호남당이라고 외치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가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안철수 후보를 지역적으로 호남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놓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어쩌면 이게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안고 있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호남의 지지만으로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승리하려면 호남과 동시에 TK 지역 등 다른 곳에서도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박지원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에 선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스스로 ‘호남당’이라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그로 인해 자칫하면 '안찍박'이라는 논리에 따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샤이보수층’의 표가 날아갈 수도 있다. 상승세를 타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조금 빠진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 후보에게 등 돌린 지지층이 다른 후보지지 쪽으로 옮겨가지 않고 제3지대인 무당 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다시 지지자로 돌아올 여지가 있다는 뜻일 게다. 따라서 안철수 캠프는 이 같은 호남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적폐청산’이라며 국민갈등을 부채질하는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호남딜레마는 극복할 필요가 있다.

    부디 안철수 후보가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해 특정 지역의 지지만 받는 ‘호남후보’가 아니라 전국적인 지지를 고루 받는 ‘국민통합 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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