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지원-자강론 뛰어넘어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4-26 12: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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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어제 저녁, 서울 모처에서 안철수 캠프의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늦은 시각까지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하다가 결국 성격 급한 필자가 먼저 ‘이번 장미대선 국면을 어떻게 전망하시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물론 그의 답변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는 누가 어떤 질문을 하든지 먼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그는 ‘고 국장은 어떻게 보나’하고 되물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가도에 두 가지 걸림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박지원 대표이고, 또 하는 ‘자강론’입니다. 그게 경선과정에선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도운 약이 됐지만, 본선에선 되레 안 후보의 발목을 잡는 독이 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불과 2주전만 해도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당 선대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ㆍ보수층 표심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안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려 3등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보수단일화를 할 경우, 안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했던 ‘샤이보수’가 단일 후보 쪽으로 돌아설 겁니다. 그러면 2등하기도 힘들어 집니다.”

    “그런 현상은 왜 나타난다고 보는가.”

    “홍준표 후보의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 상왕)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겁니다. 당초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이라는 박지원 대표의 논리에 따라 안 후보를 향하던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박지원의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 돌아서고 있는 겁니다. 실제 ‘박지원-손학규 투톱 선대위’ 발표 이후 보수층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한 때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 보다 3배가량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었지만 지금은 홍준표에게도 밀린다고 합니다.”

    “안 후보는 국민의당 ‘창업주’다. ‘안찍박’이라는 건 잘 못된 비판이다. 그리고 박지원 대표는 안 후보가 당선되어도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그런데 박지원 대표가 오늘 언론사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안 후보와 아침저녁으로 전화하고 문자하면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찍박’ 이미지가 안 후보한테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박 대표는 도움 안 되면 물러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전화해서 ‘선배님 도와달라’고 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둘이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것인데, 중도.보수층이 보기엔 바로 이런 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문병호 최고위원과 황주홍 최고위원이 박지원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청한 것은 바로 이런 점을 우려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고 국장은 안철수 후보가 이길 방법은 없다고 보는 건가?”

    “있지만 지금의 국민의당에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슨 방법인데 그런가?”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한번 해볼 만합니다. 첫째 박지원 대표의 정계은퇴선언입니다.”

    “아니, 상임선대위원장만 내려놓으면 되는 게 아니라 정계은퇴까지 해야 한다?”

    “애초부터 박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면,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단순히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는 것으로는 ‘안찍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설사 대표직까지 모두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해도 늦었습니다. 극약처방인 ‘정계은퇴’선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당에서 그 누구도 박지원 대표에게 이런 조언을 대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마 안철수 후보도 못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둘째, 방안은 무엇인가.”

    “안보에 관한한 안철수 후보는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필요합니다. 그러면 단순히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5%만 끌어오는 게 아니라 이탈한 10%가량의 중도.보수 표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로 인해 호남표심 일부가 이탈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호남에선 문재인 후보에게 안 후보가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남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국민의당 소속이어서 더 이상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는 자정 무렵까지 이어진 안철수 캠프 핵심 관계자와 나눈 대화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물론 안철수 캠프가 필자의 이런 조언을 수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 안철수 후보가 패배한다면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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