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5.9 대통령 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의 득표율은 6.8%에 불과했다.
원내교섭단체로 20석의 적지 않은 의석을 거느리고 있는 정당의 후보치고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성적표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득표율과 별 차이가 없다.
이쯤 되면 유승민 의원은 납작 엎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런데도 유승민 의원은 "전국에서 고르게 낮게 나왔죠. 하하. 제가 만난 많은 시민들이 저를 두 번째로 좋아하시더라고요, '너 좋은데' 하시면서 찍지는 않으시더라고요"라며 '자학 개그' 수준의 여유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후보 책임론과 함께 당이 내분에 휩싸여도 이상할 게 없는 저조한 성적임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대체, 그런 배짱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혹시 대선참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최근 열린 바른정당 원내-원외 합동 연찬회에서 내내 '유비어천가'에 가까운 당원들의 찬사와 함께 희망 섞인 기대만 이어졌다는 게 그 반증일 것이다.
실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선거를 '실패한 선거'라고 규정하면서도 “뛰어난 유승민 후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캠프나 당에서는 후보를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원내교섭단체 후보가 고작 6.8%의 지지를 받은 것을 ‘희망적인 결과’라고 평가한 것도 황당하거니와 보궐 선거의 처참한 패배의 책임을 캠프와 당에게 전가시키는 태도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다가 압도적 표차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패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국당 지도부의 사퇴를 거론하면서도 정작 후보였던 자신은 당권에 눈독을 노리는 모습과 흡사하다.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성태 의원과 국회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 장제원, 김재경, 홍일표, 여상규, 홍문표, 김학용, 박순자, 이군현, 이진복, 박성중, 이은재 의원까지 모두 다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바른정당을 떠나 도로 자유한국당을 선택했다.
물론 오락가락하는 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가 유승민 의원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 의원은 경선 기간 중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를 문제 삼았지만, 유 의원은 그 뜻을 접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작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는 돌변했다. ‘완주’ 의사를 밝히며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경선승리를 위해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에게 집단탈당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어찬가’라니 가당치도 않다.
유 의원은 자신의 판단과 기준에 맞지 않는 정치인과는 아예 손을 잡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좋게 보면 개혁적 보수를 향한 '장인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나만 옳다’는 것으로 친박-친문패권세력의 ‘끼리끼리 정치’보다 더 나쁜 ‘유아독존(唯我獨尊) 정치’다. 특히 당의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이제 바른 정당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고립의 길을 걷다가 이대로 공중분해 되느냐, 아니면 거대 양당 체제에 맞서 ‘제3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국민의당과 연대 혹은 통합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자강론’과 ‘유승민의 자강론’은 모두 실패했다. 정치는 ‘고립’이 아니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나마 바른정당 잔류 의원들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자유한국당 행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만일 유승민 의원이 끝내 국민의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을 거부한다면 그를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아무튼 바른정당 내부에서 더 이상 황당한 ‘유비어천가’가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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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통령 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의 득표율은 6.8%에 불과했다.
원내교섭단체로 20석의 적지 않은 의석을 거느리고 있는 정당의 후보치고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성적표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득표율과 별 차이가 없다.
이쯤 되면 유승민 의원은 납작 엎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런데도 유승민 의원은 "전국에서 고르게 낮게 나왔죠. 하하. 제가 만난 많은 시민들이 저를 두 번째로 좋아하시더라고요, '너 좋은데' 하시면서 찍지는 않으시더라고요"라며 '자학 개그' 수준의 여유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후보 책임론과 함께 당이 내분에 휩싸여도 이상할 게 없는 저조한 성적임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대체, 그런 배짱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혹시 대선참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최근 열린 바른정당 원내-원외 합동 연찬회에서 내내 '유비어천가'에 가까운 당원들의 찬사와 함께 희망 섞인 기대만 이어졌다는 게 그 반증일 것이다.
실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선거를 '실패한 선거'라고 규정하면서도 “뛰어난 유승민 후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캠프나 당에서는 후보를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원내교섭단체 후보가 고작 6.8%의 지지를 받은 것을 ‘희망적인 결과’라고 평가한 것도 황당하거니와 보궐 선거의 처참한 패배의 책임을 캠프와 당에게 전가시키는 태도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다가 압도적 표차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패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국당 지도부의 사퇴를 거론하면서도 정작 후보였던 자신은 당권에 눈독을 노리는 모습과 흡사하다.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성태 의원과 국회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 장제원, 김재경, 홍일표, 여상규, 홍문표, 김학용, 박순자, 이군현, 이진복, 박성중, 이은재 의원까지 모두 다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바른정당을 떠나 도로 자유한국당을 선택했다.
물론 오락가락하는 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가 유승민 의원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 의원은 경선 기간 중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를 문제 삼았지만, 유 의원은 그 뜻을 접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작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는 돌변했다. ‘완주’ 의사를 밝히며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경선승리를 위해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에게 집단탈당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어찬가’라니 가당치도 않다.
유 의원은 자신의 판단과 기준에 맞지 않는 정치인과는 아예 손을 잡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좋게 보면 개혁적 보수를 향한 '장인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나만 옳다’는 것으로 친박-친문패권세력의 ‘끼리끼리 정치’보다 더 나쁜 ‘유아독존(唯我獨尊) 정치’다. 특히 당의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이제 바른 정당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과 함께 고립의 길을 걷다가 이대로 공중분해 되느냐, 아니면 거대 양당 체제에 맞서 ‘제3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국민의당과 연대 혹은 통합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자강론’과 ‘유승민의 자강론’은 모두 실패했다. 정치는 ‘고립’이 아니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나마 바른정당 잔류 의원들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자유한국당 행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만일 유승민 의원이 끝내 국민의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을 거부한다면 그를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아무튼 바른정당 내부에서 더 이상 황당한 ‘유비어천가’가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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