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앞으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거리낌 없이 인색함 없이 협조하는 ‘준(準)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함께하겠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스스로를 ‘준 여당’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이 준여당을 선언해 매우 반갑다'고 환영의사를 표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취급하고 그냥 웃어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이 극복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하나의 대표적 사례인 까닭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성적표를 결정지을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 개편, 각종 개혁입법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은 여당과 야당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사안별로 적절히 견제와 협력을 선택하면 된다.
과거 양당체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서로가 서로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만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제3당인 국민의당의 탄생으로 더 이상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모든 정당이 ‘대안 있는 반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게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통령 선거이후 국민의당은 너무나 달라졌다. 마치 ‘제3당’의 역할을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에 흡수 통합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권노갑 상임고문 등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해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라고 압력을 가했는가하면,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연일 극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나를 좀 봐 달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오라고 하지 않으니 당을 팔아서라도 가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겠는가.
사실 이런 행보로 인해 ‘국민의당은 여당 2중대’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친박 폐족당’이라는 비난을 받는 한국당으로부터는 "민주당 2중대", "사쿠라 정당", "오락가락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부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을 당 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연정이 이뤄지는 내각제가 아닌 현 대통령제 아래에서 중도개혁 성향의 야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당과 야당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중재자’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호남’이다. 실제 민주당과의 통합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호남 중진 의원들은 주된 지지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의 반발이 두려운 나머지 ‘민주당 2중대’라거나 ‘준여당’이라고 비아냥거려도 “자존심을 살리려다 자칫 지지층 이반이란 더 큰 실리를 놓칠 수 있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정말 국민의당이 ‘민주당 2중대’ 혹은 ‘준여당’의 길을 걸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를 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지난주(14%)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지지율도 8%로, 문재인정부 출범 후 한달간 1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3당의 위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보다 고작 1%포인트 더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의당이 ‘야당 존재감’과 ‘호남 여론’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사이 호남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준여당’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당초 약속한대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들어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비상당권에 눈이 멀어 ‘대선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거나 ‘혁신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등의 저급한 이유를 내세워 전대 연기를 주장할 경우, 박주선 위원장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장날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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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거리낌 없이 인색함 없이 협조하는 ‘준(準)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함께하겠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스스로를 ‘준 여당’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이 준여당을 선언해 매우 반갑다'고 환영의사를 표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취급하고 그냥 웃어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이 극복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하나의 대표적 사례인 까닭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성적표를 결정지을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 개편, 각종 개혁입법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은 여당과 야당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사안별로 적절히 견제와 협력을 선택하면 된다.
과거 양당체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서로가 서로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만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제3당인 국민의당의 탄생으로 더 이상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모든 정당이 ‘대안 있는 반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게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통령 선거이후 국민의당은 너무나 달라졌다. 마치 ‘제3당’의 역할을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에 흡수 통합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권노갑 상임고문 등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해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라고 압력을 가했는가하면,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연일 극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나를 좀 봐 달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오라고 하지 않으니 당을 팔아서라도 가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겠는가.
사실 이런 행보로 인해 ‘국민의당은 여당 2중대’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친박 폐족당’이라는 비난을 받는 한국당으로부터는 "민주당 2중대", "사쿠라 정당", "오락가락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부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을 당 지도부에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연정이 이뤄지는 내각제가 아닌 현 대통령제 아래에서 중도개혁 성향의 야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당과 야당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중재자’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호남’이다. 실제 민주당과의 통합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호남 중진 의원들은 주된 지지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의 반발이 두려운 나머지 ‘민주당 2중대’라거나 ‘준여당’이라고 비아냥거려도 “자존심을 살리려다 자칫 지지층 이반이란 더 큰 실리를 놓칠 수 있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정말 국민의당이 ‘민주당 2중대’ 혹은 ‘준여당’의 길을 걸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를 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지난주(14%)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지지율도 8%로, 문재인정부 출범 후 한달간 1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3당의 위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보다 고작 1%포인트 더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의당이 ‘야당 존재감’과 ‘호남 여론’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사이 호남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준여당’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당초 약속한대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들어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비상당권에 눈이 멀어 ‘대선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거나 ‘혁신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등의 저급한 이유를 내세워 전대 연기를 주장할 경우, 박주선 위원장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장날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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