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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즉각 경질을 촉구한데 이어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까지 탁 행정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문 대통령이 왜 그토록 탁 행정관에게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으나 이건 정말 아니다.
실제 야당은 2007년 탁 행정관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 담긴 왜곡된 성인식을 문제 삼고, 전날 3당이 한 목소리로 즉각 경질할 것을 촉구했다.
집권당인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청와대 측에 부적절한 행동이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탁 행정관의 여성관이 청와대 공직자, 더구나 대통령 곁에서 의전을 담당하는 선임 행정관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추잡한 까닭이다.
실제 그는 책에서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얘기를 해야 하니까"라거나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남자들이 성적인 욕구를 채우려고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땐 예쁜 게 최고의 덕목"이라는 등의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특히 그는 ‘첫경험’과 관련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중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 얼굴이 좀 어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며, 이 여중생을 동년배 친구들과 "공유했다"고 자랑스럽게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자랑거리가 아니라 사실 범죄행위다. 그게 범죄라는 죄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작자가 어떻게 대통령 곁에서 의전을 담당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인가.
저서 한 곳에서만 이런 여성관을 드러냈다면 실수로 볼 수도 있겠지만, 탁행정관의 이런 여성관은 실수가 아니라 아무래도 그에게 있어선 자랑거리인 것 같다.
실제로 그는 다른 책에서도 서슴없이 여성비하 적 표현을 사용했다.
탁 행정관은 자신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거나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는 등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난잡한 여성관을 드러낸 바 있다.
심지어 그는 '대중교통 막차 시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는 등 근본 없는 여성비하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 공직자로서 인정할 수 없는 저질 중 저질’이라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이런 사람이 대통령 곁에 있도록 방치하면서 그것도 제식구라고 감싸는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정의당에서조차 "건강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대통령의 성공적 개혁이 걸림돌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 대통령이 대중에게 읽혀질 책에 왜곡된 여성관을 그토록 적나라하게 쓴 난봉꾼을 단지 측근이라는 이유로 곁에 두고 쓴다면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딸들, 나아가 그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들까지 모두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탁 행정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만일 문 대통령이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경우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그런 생각이라면 재고해 주기 바란다.
탁현민 행정관 본인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하루빨리 그를 경질하라는 말이다. 지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3당은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3인을 비리의혹이 많은 ‘양파후보’로 규정하고 ‘부적격’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시선을 탁 행정관으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를 경질하지 않는 것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부디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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