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왕십리광장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아픈역사 기역할게요”

    기획/시리즈 / 이진원 / 2017-07-06 15:30:25
    • 카카오톡 보내기

    학생 · 학부모등 주도… 반년만에 건립 결실
    무학여고 ‘소녀상 배지’ 화제… 모금 큰 역할
    지역 청소년들 자발적 소녀상 지킴이 활동도


    ▲ ①‘성동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지역 청소년들이 소녀상 앞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②‘성동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정원오 구청장이 소녀상에 건립 기념 헌화를 하고 있다. ③‘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성동 소년소녀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④‘성동 평화의 소녀상’에 꽃이 헌화 돼 있다.(사진제공=성동구청)

    [시민일보=이진원 기자]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지난 6월10일 왕십리광장에 ‘성동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구는 이번 소녀상 건립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인권과 명예의 회복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도 과거와 같이 아픈 역사가 반복되자 않도록 교훈을 주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는 지난 1월부터 지역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부모와 구민이 동참해 ‘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한바 있으며, 지난 3월30일에는 ‘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내 무학여고 학생들은 ‘소녀상 배지’를 만들어 소녀상 건립의 의미를 알리고 동참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일보>에서는 구가 성동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주민 힘 모아 소녀상을 세우다


    구는 소녀상 건립을 시민단체나 기관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 구민이 힘을 모아 추진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구는 지난 1월부터 지역내 학생을 중심으로 학부모와 구민이 하나가 돼 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소녀상 건립을 준비해왔으며, 지난 3월30일에는 구청 대강당에서 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는 참석자들은 위안부 애니메이셔인 소녀이야기를 시청했으며, 남기창 추진위원장의 사업추진 취지 및 경과 보고와 사업계획 발표에 이어 청소년 대표로 유정범군(도선고)과 이선화양(무학여고)이 건립선언문을 낭독하며 소녀상 건립을 위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와함께 ‘성동 소년소녀 합창단’의 축하공연에 이어 소녀상이 멋진 모습으로 건립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노란 종이비행기에 접어 하늘로 날려보내는 퍼포먼스가 순서대로 진행됐다.


    한편 구는 이날 발대식에서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가입을 한 주민에게 무학여고 여학생들이 디자인한 ‘소녀상 배지’를 나눠줬다. 발대식 이후에도 추진위원회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한 회원 모집과 건립 모금 바자회 개최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약 4000만원의 건립비를 모금한 바 있다.


    ■ 소녀상 한 곳 한 곳에 의미부여


    구는 소녀상을 높이 123cm 규모로 조성했으며, 소녀상 각각의 부분에 함축적인 의미를 투영했다.


    소녀상 곁에는 ‘빈 의자’가 배치됐다.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이자 할머니들이 남긴 외침을 함께 느끼는 자리로, 남겨진 과제를 함께 풀어나갈 미래 세대를 위한 자리다.


    소녀상 왼쪽 어깨에는 ‘작은 새’가 배치됐는데 이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영적으로 연결해 주는 영매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에서 비롯됐다. ‘뜯겨진 머리카락’도 당시 고초를 겪은 소녀들이 거칠게 뜯겨져 잘라진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땅에 닿지 못한 맨발의 발꿈치’는 한시도 편하게 살지 못한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과 내 나라의 불편함을 동시에 표현 한 것이며, ‘꼬옥 쥔 손’은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작태에 대한 분노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한 약속과 다짐을 의미를 담고 있다.


    ‘소녀상의 그림자’는 현재의 할머니를 표현한 것으로 사죄와 반성 없는 세상을 살아 온 할머니들의 원망과 한이 어린 시간이 표현된 것이며, ‘하얀 나비’는 나비로라도 환생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소녀상 앞쪽에는 평화 비문과 정원오 구청장의 시 ‘불굴의 꽃으로 피어나다’가 적혀있는 기념 동판이 설치됐다.


    ■ 소녀상 지킴이 지역 청소년들


    소녀상에 대한 관리는 ‘U-성동 통합관제센터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24시간 소녀상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지만 지역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소녀상지킴이활동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김민정·김선아·박유빈·이유리양 등 무학여고 학생들은 소녀상 배지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소녀상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든 소녀상 배지의 상단에는 동백꽃 두 송이가 배치됐다. 이는 동백이 가장 추운 계절 시련을 이기고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의미에서 힘든 상황에서도 아픔을 아름답게 이겨낸 할머니들을 표현하고자 한 데서 비롯됐다.


    배지에 표현된 소녀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데 이도 강제로 고향과 부모로부터 단절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노란나비는 할머니들이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나비 같은 마음으로 여생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다.


    ■ 빗물 한 방울이 모여 큰 강물이 되듯


    정 구청장은 이번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빗물 한 방울이 모여 큰 강물이 되는 것처럼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역사를 바로 세우는 큰 흐름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건립일인 6월10일은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기 위해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독립운동이었던 6.10 만세운동 92주년을 맞은 날이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6월 항쟁으로 힘을 모아 군사 독재를 무너뜨린지 30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특구인 구에서 우리 아이들이 과거의 역사를 딛고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산교육을 위해 소녀상을 세운 6월10일은 뜻깊은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