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설과 ‘코리아 패싱’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8-13 1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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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오랫동안 평화주의자로 살면서 아무리 누가 공갈을 쳐도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확신했는데 요새는 그 확신이 흔들린다.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말하고, 북한은 ‘괌 주변 포위사격’을 말하고, 미국 안보보좌관은 ‘예방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엄포 수준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뭔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위협을 느낀다. 그런데 누구도 뚜렷한 해결책을 가진 것 같지 않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정책 제3의길 모색하다' 토론회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손 의장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남북교류협력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 평양직할시 강남군 당곡리에서 ‘북한농촌 현대화사업’을 지원하면서 분단 이후 최초로 평양에서 남북 공동 모내기 행사를 벌였던 대표적인 ‘평화주의자’였다.

    그런 손 의장이 전쟁의 위협을 느낀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실제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수준을 날로 발전시키더니 어느새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방전쟁 카드를 꺼내들었고,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발끈한 미국이 장거리전략폭격기로 수십 곳의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며 초강수를 두었다.

    북한 역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북한 평양시내 김일성 광장에는 10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 유엔의 대북제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가하면, 최근 며칠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군중집회를 열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사흘 만에 347만여 명이 인민군 입대를 탄원하고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전국 군 단위의 당위원회와 민방위부 주요 간부에게 ‘비상대기태세’를 발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은 말 그대로 전쟁 직전의 분위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문재인정부는 천하태평이다.

    외교·안보 문제가 급박한 상황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느긋하게 여름휴가를 즐겼다. 심지어 국무총리도 긴박한 상황에서 휴가를 보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의식이 휴가를 떠나고 실종된 셈이다.

    최근 정치권에선‘코리아패싱’(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변국들이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논의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핵문제가 북미간의 대결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극한까지 갔는데 이 정부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코리아패싱이라기보다 주변 강대국들이 문재인 패싱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대통령 취임 100일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4강 대사 임명 자체가 늦어지고 있어 코리아패싱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4강 외교를 공백상태로 놓고 한반도 정세를 이끌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대한민국 안보가 나날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데 우리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이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코리아 패싱의 우려가 들 정도로 무기력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가세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손학규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한반도 정책 운전석에 앉겠다고 했을 때 박수를 쳤다. 그런데 제대로 운전석에 앉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선 하나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야권에서 제기하는 북한 도발로 인한 ‘8월 한반도 위기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은 북한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위기설’을 강조하고 있다”며 “공연한 안보불안을 야기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청와대 역시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지금 야당이 ‘위기설’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북미 간에 오가는 발언의 강도가 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니고 평화주의자인 손학규 의장이 전쟁의 위협을 느끼고 안보에 대해 확신을 주지 못하는 문재인정부의 안보불감증에 우려를 표명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당연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정부는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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