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형식은 ‘모범생’ 내용은 ‘낙제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8-20 1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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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국정운영 성과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소통부재를 지적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탈권위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박수를 보낸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장소를 영빈관으로 옮기고 사전 시나리오가 없이 진행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마도 여왕처럼 행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넌덜머리가 났던 국민은 이처럼 소탈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신선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모든 작품이 '행사의 달인', ‘이미지 연출의 달인’이라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연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형식에만 매달리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너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며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차려놓은 잔칫상에 대통령이 주연 배우처럼 등장하는 보여주기 식 소통을 언제까지고 되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대통령 이미지 기획에 주된 책임을 맡고 있는 탁현민 행정관이 엄청난 논란과 사퇴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면, 청와대가 대통령 이미지 연출에 얼마나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이미지는 매우 중유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미지를 연출하는 걸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미지 연출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국정운영은 알맹이가 없는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문 대통령이 소탈 행보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협치·탕평 실패로 ‘큰 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끼리 해먹자’는 식의 코드인사는 대단히 잘못됐다.

    처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듯싶더니, 곧바로 ‘자기들끼리 인사’ 경향을 보였고, 그로 인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퇴 파문이 일어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후보자는 야당의 반대 속에서 임명이 강행되고 말았다. 급기야 2004년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의 공동 책임자인 박기영 교수를 최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다시 발탁하는 황당한 인사를 하기도 했었다.

    인재들을 보다 폭넓게 중용해야 하는데 자기 사람들만을 중용하는 ‘코드 인사’를 하다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데도 청와대는 그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지 행사의 달인이자 연출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탁현민 행정관을 통해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지나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런 노력이 결국 현재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발판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방식이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면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인사 문제는 이미 지적했고,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대한 사드 배체 문제는 큰 구상 없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대응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탈(脫)원전이나 최저임금 인상 문제 역시 향후 대안에 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국정 방향이 발표됨으로써 국민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로 인해 ‘제2의 IMF’ 사태를 초래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고 나오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년간 1조4000억원), 아동수당(년간 1조5000억원), 기초연금 증액(21조8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30조6000억원) 신설 등 이른바 ‘산타클로스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비용 5년간 178조원으로 산출했다. 그런데 재원마련 방안은 변변치 못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내용은 결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와대가 더욱 이미지에 치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사퇴압력에도 탁현민 행정관이 당당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편이다. 문재인정부는 이제 이미지보다 내용에 치중하는 국정운영을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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