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이 억울해? 그럼 국정조사 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8-23 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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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석방됐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감된 지 2년 만이다.

    그런데 이날 의정부 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문희상, 홍영표, 정성호, 박남춘, 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진을 치고 그를 기다렸다. 새벽시간임에도 지지자 200여명이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노란 풍선을 들고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치며 그의 출소를 환영하기도 했다.

    마치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갔던 사람이 출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그는 참여정부 말인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건넨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결국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뒤 수감됐다. 전직 총리 중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최초의 총리’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억울한 옥살이”라며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억울한 옥살이”라며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논평을 냈다.

    대체, 민주당이 강조하는 ‘억울한 옥살이’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다는 뜻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곧 ‘사법부의 부패’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사법부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대수술을 해야만 한다.

    추미애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법부마저도 때로 정권에 순응해왔고 검찰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치부를 드러내고 다시는 사법 적폐가 일어나지 않는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박범계 최고위원은 "새로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이 부분을 바로잡을 책무가 있다"고 가세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한명숙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게 사실이라면, 그런 사법부는 당연히 새로운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억울하다’는 판단을 누가 내리는 것인가. 그것을 집권여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지명한 새로운 대법원장체제에서 기존의 사법부 판단을 뒤집는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정말 억울하다면, 집권여당이 직접 야당에 ‘국정조사’를 제안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한 전 총리가 정말 불법정치자금 9억원 챙긴 파렴치범인지, 아니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한 전 총리가 누명을 쓴 게 사실이라면, 그를 계기로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 여당에게도 결코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제안조차 하지 못하면서 ‘억울한 옥살이’만 강조한다면, 이는 ‘사법개혁’을 빌미로 사법부를 친문성향의 인사들로 채우기 위한 음모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는 여당 지도부가 3권 분립과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으로 명백히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지금 국민은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나 많다.

    사법부는 3심 재판을 통해 ‘9억원을 수수했다’고 판결했는데, 민주당은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헷갈린다. 그래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진실규명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특검이나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일 게다.

    여당이 정말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누명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그를 통해 한 전 총리가 누명을 벗고 명예회복 하는 길을 찾으라.

    그렇지 않고 9억원을 불법정치자금을 챙긴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억울한 누명’을 운운하거나 ‘사법적폐’, ‘사법개혁’을 운운하며 국민을 미혹하지 말고 차라리 그 입을 닫고 침묵하라.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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