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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거나 통합하는 것은 정치퇴행이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함께 ‘제3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당 내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3지대 정당’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거대한 집권당과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전 대표와 하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책 연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오찬회동은 국민의당 8.27 정당대회 당시 하 최고위원이 국민의당 갈등 해법으로 ‘손학규 추대론’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하태경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천정배 전 대표·정동영 의원 등 다른 당권주자들이 반발하는 것을 두고 “(국민의당에) 한 말씀 조언을 해 드리면, 공멸을 막는 방법은 손학규 추대”라면서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나름 기여한 바가 크다. 재미없는 (대선)경선에 어느 정도 흥미를 불어넣어 주었고, 마지막 정치 인생을 쏟아 부었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이 지난 주말 오찬을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함께 하는 ‘제3의 물결’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태경 최고위원도 상당한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 보니 손 전 대표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 당일 날,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안철수 대표와 밤 늦은 시각에 함께 했다. 당시 회동은 안 대표가 손 전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을 통해 먼저 제안해 이루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왜 손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일까?
아마도 손 전 대표의 어떤 역할을 기대한 때문일 것이다. 손 전 대표의 역할이란 바로 ‘제3의 물결’이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 체제 출범을 기점으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선거연대→중도통합’으로 이어지는 정치권 새판짜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그 ‘새 판짜기’는 바로 손 전 대표가 구상하는 ‘제3의 물결’의 기초단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현재 내부 상황을 볼 때, 두 당이 합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정동영 등 호남 일부 중진의원들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원로그룹의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제아무리 전국정당화를 명분으로 바른정당과 손을 잡으려고 해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에선 사실상의 대주주격인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해 통합전대에서 승리해 한국당의 당권을 거머쥘 생각을 하고 있으며, 유승민 의원은 5년 후 대선출마를 위해 ‘자강론’을 고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양당합당은커녕 선거연대마저 물 건너가게 될 것이고, 결국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거대집권당과 제1야당의 조직력에 밀려 필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양당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은 그런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를 공고히 하고, 그를 바탕으로 선거연대와 나아가 합당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손 전 대표가 직접 ‘제3의 물결’에 시동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 전 대표는 이미 오는 9월 20일 경 약 3개월 일정으로 미국 방문 길에 오르도록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오늘 제주도에 머물면서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지사와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도 양당연대를 위한 대화가 오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손 전 지사는 또 방미 이전에 유승민 의원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모쪼록 손 전 대표의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제3의 물결’을 일으키고, 나아가 7공화국을 만드는 개헌의 주춧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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