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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기되는 ‘제3의 물결’이 과연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까?
혹시 말만 무성하다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에 정작 실천에는 옮기지 못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는 것은 아닐까?
아직은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체, ‘제3의 물결’이란 게 무엇이기에 거대 양당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부터 ‘제2창당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수 일정을 이유로 완곡히 거절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최초로 ‘제3의 물결’을 언급했다.
손 전 대표는 하 최고위원에게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거나 통합하는 것은 정치퇴행”이라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함께 ‘제3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래야 한국당 내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3지대 정당’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 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한국당 중도인사+민주당 비노-비문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중도대통합’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당장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0%대를 상회하고 있는데다가 아직 다음 총선 때까지는 상당기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굳이 찬바람이 부는 야당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손 전 대표가 ‘제3의 물결’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비노-비문 인사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 ‘국민의당+바른정당+한국당 중도인사’가 함께하는 일은 가능한 것일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우선 ‘자강론’을 주장하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점차 ‘연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의 경우, 한 언론사가 소속 의원 39명에게 바른정당 연대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명은 '선거연대까지 가능'이라는 답변을 내놓았고, 심지어 선거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도 5명이나 됐다. 무려 21명이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천정배·정동영 의원이 8.27 전당대회과정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합당 가능성에 선을 긋고 나섰지만 그게 당의 중론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조사로 확인된 셈이다.
바른정당에선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혜훈 대표가 사퇴압력을 받으면서 통합논의를 공식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미 두 당은 정책 연대를 시작으로 조심스럽게 지방선거 연대 틀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제3의 물결’을 위한 통합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난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신당을 만들려고 했던 충청권 지역의 중도성향 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바른정당, 거기에 한국당내 충청권인사들이 합세하는 전국정당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도대통합 신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 되어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한국당 복귀를 희망하는 바른정당 의원과 민주당에 들어가기를 갈망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이탈현상이 나타날 것인데, 그 수가 얼마나 되느냐가하는 게 문제다.
그 수가 많으면, 한국당 중도인사들의 합류 가능성이 낮아져 제3의 물결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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