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먼저 손을 내밀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9-10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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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대표직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바른정당이 갈림길에 서게 됐다.

    위기를 수습해 독자노선을 계속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정당과 연대·통합으로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되느냐, 바른정당의 진로가 4당 체제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를 거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은 여전히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유 의원은 10일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수용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이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며 ‘독자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통합론이냐 자강론이냐를 놓고 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자강론’을 강조하며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특별한 지지기반을 갖추지 못한 바른정당이 독자의 길을 모색할 경우,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바른정당은 결국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보수통합’이나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중도통합’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바른정당은 어느 정당과 손을 잡을까?

    당연히 당 대 당 합당이 가능한 정당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실제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해체되고 결국 자신들 쪽으로‘흡수통합’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이원들 가운데)100%는 아니지만 80% 이상은 자유한국당과 같이 갈 것”이라며 “저희는 당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얘기하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즉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가운데 16명 이상이 한국당에 개별입당할 것이란 뜻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우리가 중도 중심으로 우뚝 서는 정당이 되면 많은 분들이 우리 당과 함께 할 것이다. 그것을 통해 훨씬 더 큰 국민의당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며 “국민의당이 중도 통합의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중도통합’은 바른정당과 공동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어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사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그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고작 20석인 반면, 한국당은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이고, 국민의당도 40석으로 바른정당의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지지율을 보면, 그건 아니다.

    8일 공개된 <한국갤럽>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50%, 자유한국당 12%, 바른정당 7%, 정의당 5%, 국민의당 4%, 없음/의견유보 22%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은 의석수가 바른정당의 5배가 넘는데도 지지율은 고작 5%만 더 높을 뿐이고, 국민의당은 두 배의 의석수에도 불과하고 지지율은 더 낮다.

    느긋하게 앉아서 위기에 처한 바른정당의 흡수통합을 기대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 입장이 더욱 그렇다. 안 대표 취임 2주를 넘겼지만 정당 지지율은 오히려 안 대표 취임 전보다도 더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에 대한 기대감마저 심어주지 못한 탓이다. 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거나 최소한 그럴 가능성만이라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사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중심’ 운운하는 것은 유승민 의원이 ‘죽음의 계곡’ 운운하며 같이 죽자고 하는 것처럼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두 사람 모두 5년 후 대선 출마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선 안 된다. 양당체제로의 복귀를 막고, 다당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의당이 먼저 바른정당에 손을 내밀면 어떨까?

    안 대표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낮은 자세를 보인다면, ‘제3지대 통합’, 즉 중도통합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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