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슈퍼 공수처’는 위험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09-19 12: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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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포함한 5부 요인과 장차관,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를 전담 수사하는 기관이다.

    사실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 아래에선 검찰이 권력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를 수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공수처는 필요하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권한이 너무나 막강해 그야말로 통제받지 않는 ‘수퍼공수처’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로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과 주요 헌법기관장을 포함하고 있으며, 2급 이상의 공무원, 3급 이상의 대통령 비서실과 국정원,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포함된다. 수사대상범죄는 뇌물수수 등의 비리뿐만 아니라 고위공직 업무 전반에 관련한 범죄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기존 수사 과정에서 파생되는 사건과 기업이 관련된 경우 해당 기업까지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인적 구성은 검사 50여명을 포함하여 최대 122명에 달한다고 하니 규모 면에서도 가히 ‘슈퍼 급’이라고 할만하다. 국회에 계류된 공수처 법안에 비해 수사 인원이 무려 2배에서 6배나 많은 규모다.

    게다가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보유하며, 검찰과 경찰에 우선해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게 된다. 지금 행안부와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도 공수처가 가져가도록 함에 따라 공수처에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처장 후보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추천위 자체가 대통령의 의중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점도 문제다. 검찰의 인사권이 독립되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되풀이 되거나 오히려 지금 검찰보다 훨씬 더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왕적대통령과 제왕적 권력기관이 의기투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공수처의 설립은 수사권력 중에서도 최고의 권력기관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셈인데 이를 통제하거나 견제하는 장치는 그 어디에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다. 이런 공수처라면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권력기관이 되어 비정상적인 상시사찰기구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

    지금은 제왕적대통령 체제인 6공화국을 끝장내고, 독점 권력을 분산시켜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마당이다.

    ‘깨끗한 권력’을 만드는 해법은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수처를 초월적 권력기관으로 만든다고 하니 어찌 우려되지 않겠는가.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검찰 권력 축소를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갖는 공수처가 더 힘이 센 조직이 되는 게 아니냐"며 ‘슈퍼공수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겠는가.

    국민의당도 비록 안철수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권고안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마련한 공수처 안은 조직이 비대할 뿐만 아니라 수사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청와대에 예속된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작동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대한 충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던 바른정당도 조정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공수처가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모두 갖고, 다른 기관에 우선하는 배타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어 또 다른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법무부는 공수처장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추천한다든지, 적어도 본회의 인준을 받게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보유하는 방안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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