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대행체제, 문제의 본질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0-15 1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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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자격 시비'로 한 마디도 발언하지 못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 체제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국감을 보이콧했다. 김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김 재판관을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위법적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감을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하며 국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결국 김 권한대행은 국감에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수모를 당한 김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을 향해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국감)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헌법재판소법과 규칙은 헌재소장 궐위시 헌재 재판관 회의에서 권한대행을 선출하고 선출이 있기 전 까지는 헌재재판관 임명일자와 연장자 순으로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지금 현재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것이며, 이에 대해 대통령과 국회는 인정한다, 안한다 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김이수 체제'의 존속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국회 역시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김이수 권한대행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권한이 없다느니 삼권분립이 어쩌니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지도 않다.

    김이수 권한대행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금이라도 6년 임기의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김이수 권한대행을 감싸고 돌면서 계속 권한대행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에 지명한 이유정 후보자가 주식투자 논란으로 낙마한 데 이어 김 대행의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8인 재판관 체제라는 비정상적 구도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은 과반 이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재판관 6인 이상의 의견이 일치되어야만 위헌 결정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현재와 같은 재판관 8인 체제에서 5대 3의 의견이 나왔을 경우,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1명만 더 있었으면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생각을 갖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헌재 결정에 대한 신뢰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통령이 임명을 미뤄 초래된 일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이어지자 대행체제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가 지연되자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작 헌재소장에 대해서는 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장기간 공백 사태를 방치하겠다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만약 정치적인 이유, 즉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헌재소장의 장기간 공백 상태를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통령이 사실상 국무를 방기·유기하는 것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등이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즉시 6년 임기의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에게 협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국회의 부결결정을 무시하고 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 아니겠는가.

    모쪼록 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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