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제로 회귀냐, 다당제의 정착이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0-19 12: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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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패권 양당체제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편하게 정치를 해왔던 구시대 정치인들에게 다당제라는 건 굉장히 불편한 제도일 것이다.

    사실 극단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양당제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집권당과 제1야당이 아무런 대안제시 없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만으로도 충분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 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양당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영.호남 지역주의와 보.혁 이념대결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방식으로 정치를 독과점 해왔다. 그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만큼은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허수아비’라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반드시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당제로 선거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은 바로 이런 국민의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 입장에서 보자면 다당제는 매우 불편한 제도다. 제3지대 정당에 몸을 담고 정치를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양당제에 익숙한 구시대 정치인들일수록 그렇다. 양당제에선 상대를 비난하기만 하면 되는데, 다당제에선 비난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구시대 정치인들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과거처럼 공천만 받으면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실력도 없으면서 오직 지역에서 얻은 명성만으로 쉽게 당선돼 왔던 구시대 정치인들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에선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바른정당에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추진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참신한 신진 정치세력이 아니라 구시대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속셈은 빤하다. 다시 양당제로 돌아가서 과거처럼 편하게 정치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은 다당제의 정착을 바라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경우는 물론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경우보다도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컸다. 실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지지율은 집권당인 민주당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만 놓고 보자면 당당히 제1야당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만나 두 당의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통합 관련 논의를 위해 양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내년 지방선거 전 두 당의 통합 문제 등에 대한 각 당 의원들 의견을 취합해 보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일 15명가량의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여론조사 결과와 통합론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으며, 내주께도 중진 의원들을 만나 여론 수렴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의 길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당장 구시대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줄곧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해 왔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사촌 정당인 민주당하고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정고문 등 동교동계의 퇴역 원로들은 지난 대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주승용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주장했을 때에도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 결국 제3지대 통합논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러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으로 각각 흡수돼 다시 국민갈등을 부추기는 양당제로 돌아가게 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어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성사여부가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당제가 정착되느냐, 아니면 달콤한 양당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다당제가 무너지느냐를 결정하는 승부수가 될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 결정은 국민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선택에 달렸다. 정치인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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