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승민이 문제로구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0-24 11: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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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는 이른바 ‘중도통합’ 논의에 급제동이 걸렸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책임이 크다.

    국민의당 중진 의원들이 24일 중도통합 문제에 대해 논의한 끝에 유승민 의원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정책연대 먼저’라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중도통합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통합을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물론 바른정당 내 일부가 이탈해 자유한국당이 1당이 되는 상황은 우리 정치의 비극이라며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통합을 논의하자는 견해도 있었지만, 통합 이전에 ‘정책 연대’와 ‘선거 연대’부터 하자는 의견이 대세였고, 결국 그런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대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탄력을 받던 ‘중도통합론’에 급제동이 걸린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의당 중진 의원들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유 의원은 ‘햇볕정책 포기’와 ‘지역주의(호남) 극복’을 통합의 전제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동철 원내대표는 “유 의원이 같은 것을 크게 보고 다른 걸 적게 보면서 통합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의 발언을 보면 차이를 크게 본다”며 “차이는 크게 보고 같은 점을 작게 본다면 통합할 상대방 자세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유 의원이 중도통합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사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유승민 의원의 태도를 ‘분열의 정치’로 규정하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독선을 내려놓으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실제 남 지사는 전날 오후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 "햇볕정책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에 햇볕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못한다고 하면 (통합) 못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내 중도통합파로 분류되던 이언주 의원도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공학적 계산 등 작은 차이를 제쳐 두고 영ㆍ호남 정치세력이 처음으로 함께 한다면 한국 정치가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통합의 명분을 거듭 강조했으나,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지역적 기반이 다르고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니 공동의 가치를 적립해나가고 상호간 이해와 존중할 수 있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의 독선적인 태도가 중도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특히 유 의원의 이 같은 태도는 국민의당 동교동계를 자극, 더불어민주당과의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민주 통합론’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 김원기·임채정 상임고문과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여러 차례 만나, ‘중도통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고문으로 동교동계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이훈평 전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민주당과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필연적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동교동계 박양수 전 의원은 "양당 원로들 간에 시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것이 가시화되면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10명 이상이 (민주당으로)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설훈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도 국민의당과 연정 구성을 넘어 아예 양당이 합치거나, 이게 안 되면 민주당에 호의적인 일부 의원이라도 받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아마도 박지원 전 대표가 전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도통합론에 강력반발한 것은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일 것이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라고 유 의원이 제시한 황당한 통합 조건이 민주당에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명분을 제공해 주고, 결과적으로 ‘민주 통합론’에 불을 지핀 셈이다.

    최근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무려 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4명 정도가 집권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현재 정당 중에선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거대한 패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새로운 제3의 정당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국민의 기대가 고작 입이 가벼운 유승민 의원 한사람으로 인해 무너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나저나 바른정당 내 통합파가 한국당으로 들어가고,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면, 정치권에서 유 의원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을까?

    결국 한국당이나 국민의당으로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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