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중도통합’ 공론화 환영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0-25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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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 등 이른바 ‘중도통합’ 문제에 대해 "당내 공론화를 거쳐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지난 22일 본란 칼럼을 통해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선 안된다”며 “즉각 공개 논의기구를 만들고 지금부터라도 그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공론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안 대표의 이 같은 방침은 뒤늦게나마 필자의 제안을 수용한 셈이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문제는 최근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거대한 패권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과거의 양당제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도통합 논의는 자유한국당에 들어가려는 바른정당 내 탈당파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탈당파의 동력이 떨어졌다"며 "(탈당 예상 인원으로) 최대 7~9명을 봤는데 이제 5명 이하로 줄었고, 탈당 명분도 약해졌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15명 이상이 탈당할 것이란 상반된 예상을 내놨다. 실제 그는 "자유한국당이 현재는 107석인데 15명 바른정당 의원들이 더 넘어갈 수도 있다"며 그로 인해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당으로 갈 의원의 수가 하 최고위원의 예상대로 5명 이하가 될지, 아니면 박 전 대표의 예측대로 15명을 넘기게 될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다만,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줄곧 ‘중도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던 필자가 판단할 때에 10명 이상이 당장 한국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기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이 매우 컸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는 이른바 ‘보수통합론’이 정치권의 이슈로 등장하자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거나 통합하는 것은 정치퇴행이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함께 ‘제3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자유한국당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거대한 집권당과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득했다.

    이에 하태경 최고위원은 즉각 공감을 표시했고, 가장 적극적인 ‘중도 연대론’자가 됐다. 특히 ‘보수통합론’에 긍정적이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 하여금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주호영 권한대행에게 이같이 설득한 후 안철수 대표를 만나보라고 권했고, 주 대행은 그 권유를 받아들여 안 대표를 만났다.

    이에 대해 하태경 최고위원은 "주 권한대행이 최근 안 대표를 만난 다음 날 '나는 정치를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정치사에 뭔가를 만들고 싶다. 양쪽 다 열려있다'며 일종의 폭탄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말이 설득력을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많은 정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다. 통상 정치인들이 정치인을 존경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위 ‘정치 몇단’이라는 사람일수록 말을 할 때에 한 자락 깔아 놓고 한다. 한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데 손 전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 진솔하다. 그러다보니 정치부 기자들은 그를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치인들도 그걸 안다. 그래서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손 전 대표의 인품이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향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안철수 대표에겐 그런 점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중도통합 논의에 제동이 걸린 결정적인 이유가 물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안 전 대표의 리더십 부재 역시 한 몫을 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의당이 공식적인 ‘제3의 길’ 논의기구를 만들고, 당 안팎의 인재들을 두루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대고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와 선거연대, 나아가 통합으로 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저비용 고소득’이라는 경제 원리에 따라 ‘속도’를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정당은 다르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절차’를 중하게 여겨야 한다. 안 대표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확실하게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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