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풍운동’ 기대해도 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0-31 1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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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당 권유' 징계에 반발한 서청원 의원과 홍준표 대표가 설전을 벌인 데 대해 "결국 우리 당을 불안하게 하고, 당 지지율 향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두 사람에게 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재선 의원들도 모임을 가질 모양인데 어떤 목소리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당내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자진 탈당과 홍준표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정풍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최 의원은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탄핵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물러나야하고, 홍 대표 역시 막말과 사당화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제1야당의 얼굴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하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재선 의원들이 ‘서·최 탈당과 홍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이런 ‘정풍운동’을 지지한다.

    사실 지금 제1야당은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지지율도 고작 10%대 안팎에서 오락가락하는 수준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물론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의 단초를 제공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책임이 절대적이지만 ‘막장 드라마’의 한복판에 선 홍준표 대표의 책임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어떤 면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보다도 홍 대표와 서 의원 간에 벌어지고 있는 ‘막장드라마’가 한국당의 위상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서 의원은 녹취록의 존재 여부를 밝히고 그 내용까지 소상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출당을 모면하려고 시간을 벌기 위해 공갈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서 의원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서 의원은 ‘친박 좌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렸어야 옳았다.

    이에 대해 시정잡배처럼 “깜냥도 안 되면서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을 한다”고 공개발언 한 홍 대표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만큼 당 대표에 나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당권에 욕심을 낸다는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러다보니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바른정당 의원들 일부를 흡수해 의석수를 조금 늘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보수의 위기는 ‘보수통합’을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버티는데다가 홍준표 대표 같은 ‘막말’ 정치인이 당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물론 홍준표 대표까지 모두 2선으로 후퇴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수’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세 사람이 모두 함께 물러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초재선 의원들이 힘을 모아서 이들을 추방하는 ‘정풍운동’을 보다 강력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초·재선 의원들을 묶어주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정풍운동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정풍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보수 정당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 역시 헛된 꿈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고, 나아가 다음 총선도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제1야당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어야 집권 세력의 무한독주를 견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보수 유권자 층과 국민을 믿고 힘 있게 정풍운동을 추진해 나가 주기를 바란다. 정풍운동이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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