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이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정가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실제 광주 지역구 출신의 모 중진 의원은 최근 모 광주시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탈당 후 올 연말이 가기 전에 민주당에 복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자신을 받아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복당으로 의석수가 116석까지 늘어났다. 바른정당 잔류 의원 중 6명이 추가 탈당할 경우 한국당이 원내 제1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국민의당 의원들을 받아들일 것이란 믿음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설훈 민주당 의원은 “내년 6월이 되면 국회의장 선거와 상임위원장 선거 등등이 있는데 야당이 통합해서 우리보다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남 동교동계 중심의 국민의당 고문단이 민주당 원로들과 만나 양당합당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온 바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도 1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이 결국 민주당으로 많이 갈 것이고 남은 사람이 바른정당 잔류파와 합친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내홍이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중도통합’에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민주당 입당을 갈망하는 호남중진 의원들의 발목잡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도 공식적으로는 “민주당과의 통합도 반대”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등을 문제 삼고 그를 공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건 정치권에선 흔한 수법으로 어디까지나 ‘탈당 명분 쌓기 용’에 불과하다.
국민의당 호남 출신 의원들의 상당수가 지금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사람들이다. 당시 그들은 탈당하기 직전에 문재인 당 대표의 독단을 집중 공격했고, 그로인해 어느 정도 명분이 쌓아질 즈음에 탈당을 감행했다. 이번 역시 그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 대표가 주위의 반대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호남 중진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합당하는 수순으로 가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몇몇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 이상 ‘쉬쉬’할 일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안 대표 측에선 “민주당 복당을 원하는 의원들이 명분 쌓기를 위해 당 대표를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는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한마디로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해 일부러 싸움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의원들의 경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같은 당 의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단순한 비판의 정도를 뛰어 넘어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 때 안철수계로 분류됐으나 최근 호남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는 이상돈 의원은 “안 대표는 아마추어고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이미 심정적으로 쪼개졌다. 안 대표의 리더십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같이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 대표를 비난하는 모두가 민주당으로 가기 위한 방편으로 그런 것은 아닐 게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안 대표의 ‘소통부재’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성엽 의원이 그런 케이스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 대표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두부류다. 하나는 민주당으로 가기 위한 사람들이고 또 한 부류는 당내 민주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가 선택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도대통합을 모색하고 강력히 추진하되 당내 소통을 더욱 강화해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으로 가기 위해 안 대표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안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을 비판하는 사람들마저 배척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화해의 기술’이다. 특히 정치지도자에게 있어서 ‘포용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리더십이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최소한 3자 구도는 만들어야만 거대 패권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제3지대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안 대표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