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을 향한 ‘한국당 추파’ 역겹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7-12-17 12: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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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은 이제 정치 철새들을 위한 ‘복당파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 붙을 것 같다.

    한국당이 17일 전국 당협위원장의 30%에 해당하는 62명을 전격 물갈이하면서 바른정당 탈당 파와 특히 바른정당에 남아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비워두는 배려(?)를 한 까닭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조직혁신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당무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역의원 4명과 함께 원외위원장 58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다. 이번에 당직 박탈을 권고당한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회 공천권이 제한돼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과 분당과정에서 급조된 당협위원장이 7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옥석을 가리고 정비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다른 것은 몰라도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가 전적으로 ‘철새 복당파’들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정무판단 없이 결정했다는 홍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실제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등 양당을 오락가락해 하태경 의원으로부터 ‘대표 철새’라는 비난을 받았던 김성태 의원의 지역구 서울 강서을을 비롯해 김영

    우(경기 포천·가평), 이진복(부산 동래), 여상규(경남 사천 남해 하동), 강길부(울산 울주), 홍철호(경기 김포을), 정양석(서울 강북갑) 의원의 지역구 원외 당협위원장들 모두가 이번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어디 그뿐인가.

    당협위원장 컷오프 대상에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 중 이혜훈, 유의동,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도 포함됐다.

    실제로 한국당은 서울 서초갑에서 현직 최고위원인 류여해 위원을 교체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의 지역구다. 원외 양동석 위원장이 교체 대상이 된 경기 평택을 지역구는 유의동 의원의 지역구다, 원외 강범석 위원장이 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인천 서구갑은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다.

    한국당은 별도의 고려 없이 당무감사위의 엄정한 심의 결과에 따라 컷오프 대상을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구 당협위원장직 유지 여부가 현역 의원들의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들이 복당을 검토하는데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의 이번 조치는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에게 ‘추가 복당을 환영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니 한국당을 향해 ‘복당파 정당’이라거나 ‘철새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바른정당에서 ‘철새정치인’이라는 모욕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당에 복당하려는 의원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바른정당은 사실상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열차’에 탑승한 상태여서 나 홀로 하차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에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3박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날 서울공항에 도착했지만, ‘굴욕외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데도 이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할 야당이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실제로 제1야당인 한국당은 ‘철새정당’으로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불임정당’이 된지 이미 오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야당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중도통합 신당이 한국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위치에 올라서는 ‘대안정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특정지역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지역 기득권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반발을 뚫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모쪼록 중도통합 논의가 바른정당을 향한 한국당의 추파가 쓸데없는 짓이란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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