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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실제 안 대표는 18일 오후 강원지역을, 19일에는 대전 ·충남 ·충북지역을 찾아 당원간담회를 열고 통합과 관련한 당원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성탄절을 전후로 안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선언’을 할 수 있다는 다소 뜬금없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두 대표가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우리 통합합니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 선언을 할 까닭이 없다. 다만 통합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겠다는 선언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일 뿐, 정해진 민주적 절차를 뛰어 넘어 전격적으로 통합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게 정치다. 경제는 효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정치는 그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비록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특히 당의 운명을 결정한 중대 사안에 대해선 당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건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호남중진 의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물론 반대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설사 자신들의 주장이 옳더라도 결코 당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호남 중진 의원들의 태도는 마치 국회의원들이 ‘갑질(甲質)’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지나치게 ‘금배지 의견 우선’을 강조하고 있으니 문제다.
국민의당 소속 통합 반대진영 의원들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긴급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통합드라이브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정동영 ·조배숙 ·유성엽 ·장병완 ·박준영 ·장정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 결과 내려진 결론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이미 의원총회를 개최한 바 있고, 이후 안 대표는 원외위원장들과의 회동에 이어 지금은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총소집 요구는 뾰족한 수가 없는 통합반대론자들이 단순히 원내에서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통합에 제동을 거는 지연전에 불과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당원’ 의견보다 ‘국회의원’ 의견을 우선하는 조배숙 의원의 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안철수 대표는 의총에 대해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의총은 어디까지나 당헌 ·당규상 원내 당론에 관한 결정을 하는 기구일 뿐이다. 사실 민주정당에서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당원들에게 부여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도 조 의원은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합당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막무가내다. 마치 일개 평당원들이 금배지들의 권위에 도전하겠느냐는 식이다.
이쯤 되면 ‘금배지의 갑질’이 도가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고압적인 태도로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는 중도통합열차를 멈출 수 없다.
안철수 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동안에 평화개혁연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말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면 안 대표처럼 당당하게 전국을 순회하며 반대이유를 설명하고 당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고작 호남이라는 안방에서 반대목소리만 크게 냈을 뿐, 정작 중요한 지방선거 필승전략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원들이 통합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독단적인 결정은 안 된다. 당 대표 개인의 의견이나 국회의원들의 의견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선 당에 소속된 사람들이면 누구든 따라야 한다. 그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면,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을 결행하면 그만이다.
지금 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국민의당은 정작 중요한 개헌문제나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해선 아무런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쪽으로든 속히 매듭을 짓고 7공화국 개헌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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