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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 2월내 ‘신설합당’을 목표로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자 박지원 전 대표 등 일부 호남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반대파는 ‘신당추진’이라는 맞불을 놓았다.
실제 통합 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전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총력 저지와 개혁신당 추진준비를 병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당일 회의에는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종회·박주현·박준영·윤영일·이상돈·장정숙·최경환 의원 등 11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했다. 대부분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추진하는 신당은 말만 ‘개혁신당’이지 사실상 ‘호남신당’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통합의 흐름이 이제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판단한 이들은 '통합 열차'에서 뛰어내릴 시점과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 결과 ‘신당추진’이라는 고육책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지는 정당에 과연 몇 명이나 참여할지 의문이다.
물론 반대파 수장 격인 박지원 의원은 "어제(3일) 11명이 왔고, 합류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명 이상은 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반대파 대변인 격인 최경환 의원 역시 “어제 개혁신당 추진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 문제에 대해 참석자 11명이 전부 다 동의했고 참석하지 않은 분들에게 이런 논의들을 전달해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했다”며 “(창당에 참여하는 규모가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명은 넘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반대파 가운데는 이상돈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들이 4명가량 포함돼 있다고 한다. 비례대표는 통합신당에 합류 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이 호남신당에 금배지를 달고 합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단순히 ‘통합반대’라는 의견을 밝히는 것과 ‘별도신당 입당’이라며 직접 행동을 취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즉 통합 단대의사를 표현한 반대파들이 모두 호남신당에 합류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 반대파가 지난달 31일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를 출범했을 때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은 모두 18명이지만, 여기에는 호남신당 추진에는 공감하지 않는 인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번 양보해서 원내교섭단체 수준인 20명을 가까스로 채웠다고 해도 그런 정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른바 ‘피해강박’ 프레임에 의해 탄생된 호남신당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렇게 만들어진 정당은 ‘호남 자민련’에 불과한 것으로 확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호남’이라는 상품을 그럴듯하게 ‘개혁’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내용물, 즉 그 당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바꾸지 않으면 그것은 ‘개혁신당’이 아니라 ‘호남신당’일 뿐이다. 즉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호남 세력이 주축이 된 정당이라면 그것은 국민의 눈에 ‘호남자민련’으로 비춰질 뿐이라는 말이다.
그런 정당으로는 전국적인 지지를 받기도 어렵거니와 호남 지역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어버이 심정으로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호남 유권자들은 집안(호남)에서만 잘난 척 하는 아들(정당)이 아니라 전국에서 인정받는 아들(정당)을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의식이 투철한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이 집안에서 응석받이 노릇하는 데 염증을 느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반대파들이 추진하는 ‘호남당’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극렬하게 통합을 반대한 이유가 결국 ‘호남자민련’을 만들기 위한 명분 쌓기 용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통합과정에서 일부 이탈자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반대자들을 부추겨 ‘신당’을 만고, 그 정당을 통해 호남에서 누려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은 추하다.
진정 호남을 위한다면, 차라리 통합정당에 합류해 그 정당 내부에서 자신들의 소신을 당당하게 펼치고, 호남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3인방’은 너무 지나쳐 돌아오기 어렵게 됐지만, 온건 반대파 의원들은 얼마든지 회군이 가능하다. ‘중도 신당’이냐, 아니면 ‘호남 신당’이냐를 놓고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 답은 너무도 명백한 것 아니겠는가.
특히 반대파는 그동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보수야합’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취해 왔다. 정말 그런 의구심이 든다면, ‘보수야합’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신당 내부에서 싸우는 게 올바른 선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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