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회주도로 권력구조 개편 이뤄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1-15 12: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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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세균 국회의장은 15일 개헌 논의는 국회가 주도해야하고 권력구조 개편도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적극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실제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은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라며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국회가 개헌논의를 완결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권력구조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면 이를 제외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 부분이 없는 개헌은 의미가 매우 축소될 것"이라며 "그(권력구조)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개헌 문제는 여야 어느 일방이 주도해선 안 되고, 여야가 함께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개헌안이 만들어 져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정 의장이 직접적으로 ‘제왕적대통령제’ 폐해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 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탄핵은 국민의 요구로 시작돼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어떤 권력도 헌법정신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없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며 “개헌의 핵심은 분권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적폐를 바로잡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가진 권력 일부를 국회나 제3의 기관으로 분산하고 중앙정부가 가진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형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것을 바로잡기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8년까지 늘리는 것이 가능한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으니 문제다. 이것은 ‘제왕적’ 권력을 ‘황제적’ 권력화 하는 것으로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

    이를 저지하지 못하면 모처럼 만들어진 다당제가 무너지고 패권양당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패권양당이 예전처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기대했던 정치발전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을 저지할 힘이 있는지 의문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를 면하기 위해 국가의 미래가 걸린 개헌 문제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통합파와 반대파가 감정싸움을 벌이느라 개헌 문제에 대해선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선 당시 분권형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안철수 대표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가 6월 지방선거 캠페인용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는 등 분권형 개헌 쪽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요즘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선 말이 없다.

    유 대표는 대선 당시 줄곧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중도통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일 수도 있다. 따라서 유 대표는 지금이라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4년 중임제’인지, 아니면 ‘분권형 대통령제’인지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도통합정당이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개헌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물쭈물하다가는 개헌주도권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빼앗길 수가 있다. 이미 문재인정부가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개헌안 마련에 돌입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여당은 무조건 문 대통령의 뜻을 100% 반영하려 할 것이고, 이에 대해 야당이 반대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여야 합의 불발’을 명분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려할 것이다.

    따라서 중도통합 정당은 개헌안에 대해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왜 제왕적대통령제가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되는지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헌 문제에 대해선 “낡은 6공화국 체제(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정계복귀를 결심했다”고 밝힌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모시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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