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이런 식이면 망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1-22 1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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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통합 추진 과정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통합 후에는 국민의당지지 세력과 바른정당 지지 세력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철수 대표가 통합 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반면, 유승민 대표는 끝까지 ‘대표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안 대표와 유 대표의 전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보면 걱정스런 부분이 많다.
    그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본인은) 백의종군이라고 얘기했다"며 통합후 당 대표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하는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통합 후에는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승민 대표는 "신당 출범 후 처음 1~3개월이 골든타임"이라면서 "이 결정적인 시기에 지도부 문제로 너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 좋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안 대표가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자신은 끝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국민의당 내 중립파들이 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선뜻 통합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혹시 국민의당을 통째로 유승민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유 대표는 안 대표처럼 백의종군을 선언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그는 끝내 대표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과욕이 자칫 안철수 대표가 주장한 ‘외연확장’을 위한 플러스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외연축소’로 이어지는 마이너스통합을 초래할까봐 걱정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국민의당 내 통합반대파들이 별도의 신당창당을 계획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고작해야 7~8명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중립파들의 중재안을 거부함에 따라 반대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 14명으로 원내교섭 단체를 이루긴 어려울 것이란 낙관론이 통합파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9일 유승민 대표가 ‘당권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중립파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통합파 송기석 의원은 22일 한 방송에 출연, 반대파의 별도신당 규모에 대해 "지역구 의원만 해서도 사실상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상황도 충분히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그는 중재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 당내 중재파의 최종 거취에 대해 "현재 상태로 유지된다면 (중재파의) 상당수는 반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파 합류를 점쳤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 지지율은 9.9%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이는 국민의당 지지율과 바른정당 지지율 단순합계보다도 오히려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시너지효과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통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전 조사에선 분명히 양당이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실제로 두 당의 지지율 단순 합계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부 조사에선 자유한국당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물론 반대파들이 만드는 별도의 신당이 일부 영향을 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실제 반대파 정당 지지율은 4.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바로 ‘통합신당의 유승민화’에 대한 우려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유승민 대표의 무능은 이미 3차에 걸친 집단탈당사태로 인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되겠고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당이 과연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단언컨대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통합정당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누구보도다도 열렬하게 지지했던 필자다. 그런 필자가 감히 이렇게 장담한다.
    “유승민 대표가 안철수 대표처럼 ‘백의종군’을 선언하지 않는 한 국민의당 지지자들 가운데 소위 ‘안빠’라고 불리는 무비판적 일부 세력만 남고, 상당수가 등을 돌려 결국 통합정당은 망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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