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7공화국’ 시대로 나아가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8-02-01 12: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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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이미 불이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의 약속이었다”며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를 거듭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도 1일 개헌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개헌논의에 소극적이던 자유한국당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당은 당내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안 등 당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심지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연설에서 ‘개헌중심정당’을 표방하고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특히 개헌과 선거제도 개정에 적극적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헌의 물꼬는 민주당이 터주시고,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당에서 물꼬를 터주시길 바린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개헌의 핵심사안인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바 없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목표로 개헌안 당론화 작업에 나섰지만,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혁 문제는 의총에서 결론을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일 당론을 결정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민주당은 당장 낡은 6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려는 ‘호헌파’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그걸 우려해 당론결정을 미룬 것이라면 민주당은 분권형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정해 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헌법은 87년에 제정된 것으로 제왕적대통령제를 골격으로 하는 낡은 6공화국체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6공화국체제, 그러니까 대통령이 제왕처럼 군림하는 현 체제에서는 ‘부패한 권력’의 탄생을 막을 수가 없다.

    실제로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6공화국체제의 역대 모든 정권에서 문제가 있었다.

    노태우정권 때는 ‘6공황태자’라는 박철언 씨가, 김영삼정부에선 ‘소통령’으로 통하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비선실세로 문제를 일으켰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엔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려 ‘홍삼트리오’라는 소리가 나왔었다. 노무현정부 때는 친형 ‘봉하대군’이라 불리던 노건평씨가, 이명박정부 당시엔 ‘영일대군’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문제가 되어 결국 탄핵까지 당했다.

    단 한명도 예외 없이 6공화국체제의 역대 대통령 모두가 심각한 ‘적폐’의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법륜스님도 “그 여섯 사람(6공화국체제의 역대 대통령들)이 다 문제 있는 사람들일까요?”라고 반문한 후 “사실 그건 아닐 거예요.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통령한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권 역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이제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으니, ‘제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개헌은 하되 ‘6공화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앙꼬 없는 개헌’, 단지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 약속을 지켰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형식적 개헌을 하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걱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적폐의 정점은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는 한 적폐는 결코 근절될 수 없다. 따라서 제왕적대통령제를 바꾸지 않는 ‘적폐청산’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미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등 적폐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러다가 6공화국 출범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가 비참한 임기 말을 보냈던 것처럼 문 대통령 역시 그런 전절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에서 보듯이 촛불민심은 잘못된 국가의 시스템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부디 낡은 6공화국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촛불민심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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