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헌문제와 관련, 여야 국회의원들 중에서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닌 정치인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꼽는다.
그런 김동철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개헌안에서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결정했다”며 “이는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년 중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임기만을 손댄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 중심의 개헌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형태 그대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헌안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헌 내용에 있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이라는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한 정권은 국회 불신임으로 교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정계복귀 일성으로 “낡은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 집권당인 민주당도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대통령제’ 폐해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한 방송에 출연, “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헌정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이 당론으로 채택한 ‘4년 중임제’를 ‘4년 중임 분권형’이라고 주장한 것도 ‘제왕적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정서를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인영 의원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의회와 지방으로 분산하고, 3권 분립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라며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넘기려는데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지적한다면 개념이 미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앙권력 구조개편을 하지 않더라도 중앙의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기 때문에 ‘분권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 촛불민심을 통해 우리 국민은 제왕적대통령제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
87년 낡은 6공화국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오는 것은 국민들이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의 장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헌문제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자문위원들 대부분은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고 있지 않는가.
사실 현행 ‘5년 단임제’를 ‘제왕적대통령제’라고 한다면, 민주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4년 중임제’는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대통령의 임기를 8년까지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보다 막강한 ‘황제적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개헌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장기집권을 위한 ‘개악(改惡)’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제왕적대통령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다보니 개헌논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탄생되는 ‘미래당’과 통합반대파들이 창당준비 중인 ‘민주평화당’ 뿐이다.
그런데 민평당은 공공연히 ‘민주당과의 연합’을 주장하고 있어 개헌 문제에 독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래당도 문제가 있다. 안철수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실제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권한 축소에 대한 전제가 없다면 국민을 속이는 주장”이라며 “개헌 논의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승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실제 유 대표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아주 오랫동안 일관되게 남북이 통일되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될 때까지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면서 “제일 안 좋다는 것은 분권형 내지는 이원집정부제”라고 밝혔다.
안 대표와 유 대표의 이런 견해차이 때문에 필자는 수차에 걸쳐 우려를 표명하며, 이 문제를 매듭짓고 통합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특히 유승민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개헌문제에 관한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서둘러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러다 개헌정국에서 미래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다만 기대하는 건 개헌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닌 김동철 원내대표가 미래당의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모쪼록 미래당이 개헌 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